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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가족의 탄생]'둥지가족'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이 가족의 이름은 다양하다. 대안가정, 사법형 그룹홈, 그리고 둥지청소년회복센터.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 머무는 제2의 집인 이곳의 '아빠'는 임윤택 센터장이다. [사진 둥지청소년회복센터]

이 가족의 이름은 다양하다. 대안가정, 사법형 그룹홈, 그리고 둥지청소년회복센터.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 머무는 제2의 집인 이곳의 '아빠'는 임윤택 센터장이다. [사진 둥지청소년회복센터]

 중앙일보의 디지털 광장 시민마이크가 디지털 다큐멘터리『新가족의 탄생: 당신의 가족은 누구입니까』를 연재합니다. 이 땅에서 '가족'의 이름으로 살고 있는 다양한 이들을 그들의 목소리로 소개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부산광역시에 있는 사법형 그룹홈입니다. 법원에서 보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 한지붕 아래 옹기종기 모여사는 이곳의 '아빠'는 임윤택 둥지청소년회복센터장입니다. 이 가족의 숫자는 무려 14명. 임윤택 센터장(목사)이 입양한 막내를 포함해 아내와 아이들 4명, 그리고 둥지센터를 찾게 된 여학생 8명이 한 식구입니다. 아빠 임윤택씨는 말합니다. "피붙이여야만 가족인 건 아니잖아요? 같이 밥먹는 '식탁공동체'를 이루면 가족이죠. 아내와 저 역시 피 한방울 안섞였지만 만나서 가족을 이뤘잖아요?" /시민마이크 특별취재팀


1막 아빠의 고민, '분식집 차릴까?'

 고민이 생겼다. 밥집이라도 하나 차릴까. 아이들에게도 '일'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고, 아이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없을까. 우리집은 법원의 보호 처분을 받은 여자 아이들이 찾아온다. '사법형 그룸홈'으로 불리는 우리집이 지금의 형태를 갖춘 것은 7년 전의 일. 천종호 판사가 주도해 만든 사법형 그룹홈은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원 가정'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징검다리처럼 만들어졌다. 현재는 부산에 6곳, 경남지역에 6곳, 울산과 대전에 각각 3곳과 4곳이 있다.

2013년 4월부터 지금까지 우리집을 다녀간 아이들은 모두 31명에 달한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거나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6개월이란 기간이 지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자의 반 타의 반 집에 가지 못한다. 성추행하는 삼촌이 있는 곳, 알코올 중독 상태인 아버지가를 피해 나왔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악몽과도 같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연이 있는 아이들은 또 다시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고야 마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바로 '자립 지원'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자라는 것이지 않나. 보호처분이 끝나더라도 가정의 형태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전셋집을 구해 살 수 있도록 하면 안될까? 밥집이라도 차리면 아이들이 일한 만큼 시급을 받아 한달 얼마라도 벌어 자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머리 속에서 뱅글뱅글 맴도는 이 생각을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둥지가족의 대장이자 '아빠'인 임윤택(가운데) 둥지청소년회복센터장이 '딸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둥지청소년회복센터]

둥지가족의 대장이자 '아빠'인 임윤택(가운데) 둥지청소년회복센터장이 '딸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둥지청소년회복센터]

 2막 "아이들은 변하는데, 부모들이 변하지 않아요."

 우리 아이들은 나더러 "억수로 치사하다"고 한다. 뭐 그도 그럴 것이 밤 11시 취침, 아침 6시 기상 딱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안지키면 외출 시간에서 제하니까 아이들은 치를 떨기 마련이다. 그래도 좋다. 이것도 성장의 과정이니까.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데, 정작 아이들이 집에 갈 때가 되면 걱정이 앞선다. 아이들과 달리 부모님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집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부모가 긴장한다. 사랑받고 보호받고, 가르침을 받아야 할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우리 아이들, 정말 밥을 잘 먹는다. 공기밥을 한자리에서 너댓 그릇씩 먹어치운다. 한번은 생일상을 차렸는데. 아이가 생일 밥상을 처음 받아본다고 했다. 밥상 주위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케이크를 가져왔다. 초에 불을 켜고, 노래를 불렀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생일 맞은 아이가 좋아하리라 생각했는데 외려 반대다. 부끄럽고 어색하다는 거다. 결국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부분만 겨우 부르고, 노래를 끝까지 불러주지 못했다. 다들 목이 메였기 때문이다. 진심 어린 축하 한번 못받은 이 아이들,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이 아이들을 어떻께하면 보듬어줄 수 있을까.

제작=조민아

제작=조민아

3막 둥지 잃은 새, 날개 펴고 날아라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아내와 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셋만 해도 사실 버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을 돕기 시작하고 20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 막내는 청소년 미혼모 아이가 낳았다. 임신 사실을 알고 키우겠다고 생각했다는데 남자친구와 갈등이 생겼다. 생후 한달 반 남짓했을 때 입양했다. 아이의 엄마는 출산하려고 가출을 했다. 미혼모 시설에서 아이를 낳고 혼자 키울 수가 없어 집에 연락을 했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완강했다. '용서할테니 돌아오라, 대신 아이는 받을 수가 없다'는 거였다. 결국 친권을 포기했다. 막내만 혼자 입양한 상태면 마음이 안좋을까 싶어서 앞으로 한두명 입양을 더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피 한방울 안섞였어도 함께 만나서 식탁공통체를 이루면 가족이 된다. 우리집 아이들에게는 가족이 필요하다. 가족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가족이 되어 주고, 부모가 되어주는 것일 뿐이다.

아이들의 이모와 삼촌이 되어주는 사람들

최근에 1박 2일로 기장에 여행을 다녀왔다. 펜션을 하는 친구가 방을 내어주고, 중국집을 운영하시는 분이 우리 아이들에게 밥을 제공했다. 이 아이들과 함께 사는 엄마와 아빠도 중요하지만 누군가가 이 아이들의 삼촌,이모가 되어주는 사회가 중요한 것 같다.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한 이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의 자리가 비어있다면, 이모와 삼촌이 채워주면 되지 않나. 그렇게 된다면 우리 아이들이 이 사회에 대한 분노를 삭히고 어른으로 자라나 또 다시 누군가의 이모와 삼촌이 되어주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너 왜 그런 잘못을 했니, 책임만 묻기 전에 국가와 사회가 아이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노래

 미연(가명)이는 단 한 번도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습니다. 어느 날 미연이가 친구들과 함께 만든 노래라고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들기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를 노래합니다. 이 아이들의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눈부신 햇살 아래
                         작사·작곡 둥지센터 아이들
 눈부신 햇살 아래
 그림자 하나 없네
 그중에 그를 만나
 나의 길을 밝혀 주네
 나의 꿈 희망 안고
 나를 향해서 기도
 넘치는 많은 관심
 크신 사랑을 주네
 품어주시는 아빠(엄마)
 아버지(어머니)같은 목사님(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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