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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바둑이 인생의 축소판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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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결승전 1국> ●커  제 9단 ○퉈자시 9단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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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보(89~105)=퉈자시 9단도, 커제 9단 못지않은 낙관파일까. 대국 흐름을 보면 퉈자시 9단 역시 바둑이 이대로 정리돼도 자신에게 나쁘지 않다고 보는 듯하다. 서로 형세를 낙관하는 걸 보니, ‘동상이몽(同床異夢)’이란 고사성어가 절로 떠오른다.

퉈자시 9단은 일단 90부터 98까지 수순으로 백의 모양을 결정지었다. 99로 드디어 커제 9단의 활동이 개시됐다. 흑의 속내는 ‘중앙에 집 좀 지어보자’는 것일 테다. 백은 100으로 받아주는 척하더니 102로 반격에 나섰다.

그런데 두고 보면 볼수록 102가 심상치 않다. 흑은 일단 103으로 받아줄 수밖에 없는데, ‘참고도’처럼 흑 1로 무식하게 차단했다가는 좌변 흑 두 점이 잡아먹히는 참사를 맞게 된다. 흑이 어쩔 수 없이 103으로 안전장치를 하면, 백은 104로 저절로 좌하귀 가드를 올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참고도

참고도

‘남의 손을 빌려 내 자리를 닦는다’라고 해야 하나, 이는 분명 현실에서 필요한 삶의 지혜다.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사람을 완벽하게 이기는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바둑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진부한 표현이지만,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아직도 유효한가 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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