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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하면 7이닝, 헥터 팔은 무쇠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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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헥터는 외국인 선수 중 최고인 연봉 170만 달러(약 20억원)를 받는다. 그는 “가족을 위해 한국에 오겠다고 결심했다. 도미니카 사람들에게는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한글로 쓰인 자신의 이름 ‘헥터’는 읽을 줄 안다. [사진 KIA 타이거즈]

헥터는 외국인 선수 중 최고인 연봉 170만 달러(약 20억원)를 받는다. 그는 “가족을 위해 한국에 오겠다고 결심했다. 도미니카 사람들에게는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한글로 쓰인 자신의 이름 ‘헥터’는 읽을 줄 안다. [사진 KIA 타이거즈]

프로야구 삼성-KIA전이 열린 28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3회 말을 앞두고 장대비가 쏟아졌다. 비가 그치고 그라운드를 정비하기까지 1시간 1분이나 걸렸다. 신체 리듬이 깨질 만했지만 KIA 외국인 투수 헥터(30·도미니카공화국)의 ‘식욕’은 그대로였다. 3이닝 피칭 후 꽤 오래 쉬고도 헥터는 4이닝을 더 던졌다. 7이닝 8피안타 9탈삼진 3실점. 헥터는 KIA의 13-4 승리를 이끌고 시즌 12승(무패)째를 올렸다. 긴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를 일컫는 ‘이닝 이터(inning eater)’란 단어가 꼭 어울렸다.

12승 무패 지치지 않는 KIA 에이스 #삼성전 7이닝 3실점 9탈삼진 #올 시즌 경기당 6.98이닝으로 1위 #직구·커브 등 ‘팔색조 투구’ 능력 #상대 타자별 완급 조절 능수능란 #“프로야구팀 첫 V11 밑거름 될 것”

헥터는 지난해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206과3분의2이닝을 던졌다. 올해도 경기당 이닝 1위(6.98·28일 현재)다. 타고투저 시대에 그와 같은 ‘이닝 이터’는 정말 드물다. 헥터는 “불펜투수가 쉴 수 있도록 내가 많이 던지려고 한다. 올해도 200이닝을 넘기고 싶다”고 말했다.

헥터가 마운드를 오래 지킬 수 있는 건 뛰어난 완급조절 능력 덕분이다. 주자가 없을 때 힘을 아끼다가 승부처에서 힘을 집중해서 쓴다. 헥터는 “1회부터 세게 던지지 않는다. 실점 위기 때 더 빠른 공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능력은 다양한 구종을 잘 던지는 것이다. 헥터는 직구·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을 골고루 수준급으로 구사한다. 특정 구종으로 얼마나 실점을 줄였는지 평가하는 구종가치 기록을 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헥터의 직구 100개당 구종가치는 1.36으로 KBO리그 전체 투수 중 4위다. 슬라이더 9위(1.59), 커브 11위(1.22), 체인지업 11위(1.84)다. 헥터는 “지금의 나는 2년 전과 다른 투수다. 외곽 낮은 쪽에 직구를 던지는 능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헥터는 지난해 31경기에서 15승(5패·평균자책점 3.40)을 거둬 다승 3위에 올랐다. 막강 타선의 지원을 받은 니퍼트(22승)·보우덴(18승·이상 두산)에게 밀렸지만 올해는 다르다. 15경기에서 12승을 거둬 1위다. 헥터는 “등판 후 닷새 동안 일정한 루틴으로 운동한다. 그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헥터의 별명은 ‘이세온(ISEON)’이다. 성(姓)인 노에시(NOESI)를 뒤집어 읽은 것이다. 헥터는 “라커룸 이름표를 누군가 뒤집어 놓았는데, 그대로 읽으니 ‘이세온’이 됐다. 한국 이름 같지 않은가”라며 웃었다.

2011년 빅리그에 데뷔한 헥터는 2014년 8승을 거뒀다. 뉴욕 양키스-시애틀-텍사스-시카고 화이트삭스를 거치면서 12승31패,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했다. 비록 메이저리그에선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많은 한국 구단들이 그를 탐냈고, KIA가 헥터를 붙잡았다.

NC에서 뛰다가 미국으로 돌아간 에릭 테임즈(밀워키)처럼 빅리그 복귀에 대한 꿈은 없는지 궁금했다. 그는 “그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지금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이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들이 어떤 계약조건을 제시하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한국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고, KIA가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좋겠다”며 웃었다.

지난해 정규시즌 5위 KIA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 LG를 맞아 1차전은 이겼지만 2차전을 내줘 탈락했다. 헥터는 7이닝 5피안타·2실점(1자책) 호투로 1차전 승리투수가 됐다. 올해 KIA는 시즌 초부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헥터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빨리 탈락해 아쉬웠다. 올해는 포스트시즌에 더 많이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5연승 NC, KIA와 공동선두 유지=창원에서 NC는 넥센을 9-3으로 꺾었다. NC 선발 이재학이 1과3분의2이닝 동안 3실점하고 조기 강판됐지만 두 번째 투수 강윤구가 5와3분의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2014년 4월 15일 LG전 이후 1170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NC 모창민은 3타점 동점타 등 2안타·4타점, 권희동은 3점홈런을 포함해 2안타·3타점을 기록했다. 5연승을 달린 NC는 KIA와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 서울 잠실에서 SK는 두산을 3-0으로 이기고 6연승을 질주했다. SK 선발 켈리는 7이닝 무실점으로 10승(3패)째를 올렸다.

헥터는 … ※2017년 성적은 28일 기준


출생 1987년 1월 26일 (도미니카공화국)
체격 1m90㎝, 92㎏
경력 2006년 뉴욕 양키스 입단
2011년 메이저리그 데뷔
2012년 시애틀로 트레이드
2014년 텍사스·시카고 화이트삭스
2016년 KIA 입단
MLB 성적 107경기, 12승31패, 평균자책점 5.30
2016년 성적 15승 5패, 평균자책점 3.40, 탈삼진 139개
2017년 성적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92, 탈삼진 83개

◆프로야구 전적(28일)

▶kt 5-4 한화<연장 10회> ▶롯데 9-9 LG<연장 12회>
▶삼성 4-13 KIA ▶넥센 3-9 NC ▶SK 3-0 두산

광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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