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 행위를 묵인한 혐의로 기소된 이영선(38) 전 청와대 경호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곧바로 구속됐다.
재판부, "대통령과 주변 그릇된 일탈에 충성" #탄핵심판 허위 증언, 차명폰 개통 등도 유죄 #박근혜 대통령 수감된 서울구치소로 #남녀 격리돼 만나지 못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선일)는 28일 의료법 위반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경호관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다른 충성심으로 대통령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공무를 수행해왔다”면서도 “하지만 충성심은 국민을 향한 것이어야 했는데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의 그릇된 일탈에 충성을 다해 결국 국민을 배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질책했다.
또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지나쳐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과 비선 진료 사태를 초래했다”며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 전 경호관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속칭 ‘주사 아줌마’ ‘기치료 아줌마’ 등 무면허 의료인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주사를 놔주거나 막힌 혈을 뚫어주는 의료행위를 하도록 도운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경호관이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에게 ‘수액’ ‘기치료’ ‘원장님’ 등의 단어를 사용해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유죄 판결의 근거로 봤다.
의료법 위반 방조 혐의 외에 다른 혐의들도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이 전 경호관은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불출석한 혐의와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허위 증언한 혐의도 받았다. 이외에도 타인 명의로 총 52대의 차명폰을 개통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 안봉근 전 비서관 등에게 제공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특히 “여러 증인들이 ‘박 전 대통령의 옷값을 최순실씨로부터 현금으로 받았다’고 일관되게 증언하는데, 이 전 행정관은 탄핵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나중에) 옷 값을 최씨에게 줬다’고 허위로 증언했다”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 업무용 휴대폰이 별도로 제공되는데도 차명폰을 지급한 것을 보면 이들이 무엇을 숨기려고 했는지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면서도 차명폰을 사용한 이유를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어 최씨가 받은 경제적 이익은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과 법적으로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며 “이 전 경호관의 판결문을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건 재판에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전 경호관은 선고 직후 “(선고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판결이 선고되자 법정 안에 있던 일부 방청객들은 “이게 법이냐” “판ㆍ검사가 XXX”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며 소리를 질렀다. 이 전 경호관은 항의하는 방청객을 향해 목례를 한 뒤 법정 경위에 이끌려 구속 피고인 출입문으로 나갔다.
이 전 경호관은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곳은 박 전 대통령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검팀 관계자는 “같은 구치소이긴 하지만 남·여 수용 건물이 따로 있고 출입구도 다르기 때문에 둘이 만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곁가지’ 마무리, 핵심 재판 남아 = 이 전 경호관을 마지막으로 ‘비선 진료’ 사건의 1심 재판도 마무리됐다. 국정 농단 관련 재판 중에선 ‘삼성 합병’ 사건(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징역 2년6월 등), ‘정유라 이화여대 비리’ 사건(최순실씨 징역 3년, 최경희 전 총장 징역 2년 등)에 이어 세 번째 선고다.
박 전 대통령의 ‘삼성 등 뇌물’ 사건과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핵심 재판만 남았다. 블랙리스트 재판은 심리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재판부는 다음 달 3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 등 관련자 7명에 대해 결심 공판을 열기로 했다. 통상 선고까지 2~3주가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7월 안에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의 592억원대 뇌물 등의 사건은 가까운 시일 내에 결론이 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주 4회씩 재판을 진행하며 심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수사기록이 방대한 데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최소 250명 이상을 증인신문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이 끝나는 오는 10월 전후에 선고가 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과 공범으로 기소된 안종범 전 정책조정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의 선고도 이때 함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