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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낙관파의 바둑, 비관파의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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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전 1국> ●커  제 9단 ○퉈자시 9단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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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보(75~89)=이제 반상의 ‘핫플레이스’는 하변이다. 흑은 75로 하변에 영역 표시를 한 다음, 77과 81로 영역 확장에 나섰다. 백은 숨통을 틔워놓기 위해 82로 중앙을 향해 두 칸 뛰었다. 그런데 박영훈 9단이 “여기서 흑이 형세를 지나치게 낙관한 것 같다. 83은 너무 느슨한 수”라고 지적했다. 형세를 냉정하게 판단했다면 ‘참고도’ 흑 1, 3으로 가르고 나왔어야 한다는 설명.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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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파’와 ‘비관파’. 프로기사는 크게 이 두 가지 부류다. 낙관파는 형세를 긍정적으로 보고 여유만만하게 두어가는 스타일이다. 이와 달리 비관파는 형세가 좋아도 만일에 대비해 박한 점수를 주는 쪽이다. 두 스타일 모두 장단점이 있어 어느 쪽이 승부에 유리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커제 9단은 아무래도 낙관파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인생에서는 비관파와 낙관파 중 어느 쪽이 유리할까. 그 또한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이창호 9단은 과거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기자가 물었다. “바둑에선 ‘비관파’인데 삶에서도 그런 편인가.” 이 9단이 답했다. “그런 것 같다. 어릴 때 바둑을 두면서 가진 사고방식이 몸에 배어 쉽게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부정적인 게 건강에 나쁘다고 하더라. 그래서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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