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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세계 최강의 실력에 미치지 못하는 대국 매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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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전 1국> ●커   제 9단 ○퉈자시 9단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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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보(65~75)=바둑은 반상을 가운데 두고 두 대국자가 마주 앉아 경기를 펼치는 승부다. 바둑을 두는 동안 두 대국자는 서로 싸우고 또 호흡하면서 한 판의 바둑을 완성해간다. 반상에서 상대는 나의 적인 동시에, 여정을 함께하는 유일한 동반자이기도 하다. 상대를 배려하는 ‘대국 매너’는 그래서 바둑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커제 9단은 현재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대국 매너만큼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바둑을 둘 때 이리저리 몸을 비트는 등 산만하게 움직이거나, 자신의 감정에 치우쳐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세계 최강의 실력을 갖춘 만큼 그에 맞는 품격도 보여주길 기대하는 건 무리한 바람일까. 상대편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건 ‘스포츠맨십’의 기본 중 기본이다. 섬세한 대결, 바둑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참고도

참고도

실전으로 돌아와 백은 상변에서 오막살이집을 짓고 있다. 백은 66에서 74까지의 수순으로 가까스로 생명을 부지했는데, 박정환 9단은 “70이 실수 같다”고 지적했다. 만약 ‘참고도’ 백1로 치받고 백5, 7로 안형을 구했다면 훨씬 안정적으로 집을 짓고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실전에서는 끝까지 추궁을 당하며 삶을 구걸하는 모양이 됐다. 그래도 일단 살아야 하니 달리 방도가 없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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