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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면 큰 사고'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줄었는데 '70~80대 사고 사망자'는 10년간 두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월 부산시 해운대구에서 내리막길을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내며 주정차 중인 차량 7대를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튕겨 나간 주차 차량이 길을 건너던 보행자 2명을 치어 숨지게 했다.
또 지난해 11월 경부고속도로 회덕분기점에선 한 승용차의 무리한 끼어들기로 뒤따라오던 관광버스 승객 등 4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

사고 원인은 달랐지만 두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모두 70대였다. 고령운전자가 늘면서 이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최근 4년(2011~2015년)간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심각한 것은 건수 자체보다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의 경우 사망 등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1년 605명에서 2015년 815명으로 3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고령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수가 4594명에서 3802명으로 오히려 17.2%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를 연령별 면허소지자 수 대비 사망자 수를 따져보면 고령운전자는 면허소지자 2814.8명당 1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했고, 비고령운전자는 7364명 당 1명이 사망했다. 10만 명당 사망자 수로 환산하면 비고령운전자는 13.6명, 고령자 35.6명이 된다. 고령운전자 사고에서 사망한 이가 3배나 많았던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고령운전자의 경우 인지와 반응속도가 늦어 사망자가 생길 정도의 큰 사고가 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령운전자 사고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고민이다. 미국에선 2005년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계획을 세웠다. 일본에서는 1998년 면허를 반납하면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비롯한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일본에선 고령운전자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수동기어 자동차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독일 등 유럽에선 교육과 적성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시행은 더디다.
최재성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령운전자들이 주행보조장치를 달 경우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보다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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