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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원더우먼’고향! 이스라엘 여군 전투부대 ‘카라칼’을 가다 “조국에 헌신하는 데 성별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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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스라엘 남부 첫 혼성전투부대 ‘카라칼 대대’의 여군들은 남성과 똑같은 2년 8개월의 복무기간을 거친다. 카라칼 대대는 이집트와 국경선 근처에 있다.

이스라엘 남부 첫 혼성전투부대 ‘카라칼 대대’의 여군들은 남성과 똑같은 2년 8개월의 복무기간을 거친다. 카라칼 대대는 이집트와 국경선 근처에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원더우먼>의 주연 배우인 갤 가돗은 스타로 발돋움했다. 2004년 미스 이스라엘에 뽑힌 그는 같은 해 군에 입대해 2년간의 의무복무를 마친 여전사 출신으로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이번 영화에서도 거친 액션을 대부분 직접 소화해냈다고 한다.

2004년 창설된 첫 혼성 보병부대, 485명으로 시작한 전투병 여군 #지난해 2100명으로 늘어… 남성과 똑같은 복무기간에 똑같은 훈련 받아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국가 중 드물게 남녀 의무복무인 이스라엘에서는 도시 거리를 걷다 보면 쉽게 여군들을 마주친다. 만 18세가 되면 남자는 2년 8개월, 여성은 2년의 복무기간을 거친다. 그중에서도 ‘여성’이 아닌 남성과 다르지 않은 군인으로 기억되고 싶어하는 이들을 만났다. 남성과 똑같은 2년 8개월의 복무기간. 이스라엘 첫 여성 전투병들이 투입된 곳이자, 첫 혼성 보병부대인 카라칼 대대를 직접 취재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군사분계선. 두 나라는 평화협정을 맺고 있지만 여전히 테러의 위협이 상존한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군사분계선. 두 나라는 평화협정을 맺고 있지만 여전히 테러의 위협이 상존한다.

6월 11일 오후 1시. 텔아비브 도심에서 출발한 자동차는 곧바로 흙먼지로 뒤덮였다. 척박한 광야 이스라엘다웠다. 2시간여를 달리자 펼쳐진 풍경은 점점 더 황량해졌다. 이스라엘 국경 끝, 이집트와 마주하는 네게브 사막이다. 태양이 열기를 머금고 땅으로 가까이 내려와 차 내부는 에어컨을 틀었는데도 열기로 펄펄 끓는 듯했다.

목적지 근처에 이르자 휴대폰의 내비게이션이 주변 도로를 식별하지 못했다.(군 부대는 구글 맵에서 삭제돼 있다. 몇 번이나 샛길을 들락날락하다 겨우 빨간 부대깃발이 흩날리는 곳에 이르렀다.

2004년 창설한 이스라엘의 첫 남녀 혼성전투부대인 카라칼(caracal) 대대다. 아프리카 야생고양이에서 이름을 딴 이 부대에는 과반수 이상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두꺼운 전투복 차림에 총기를 어깨에 둘러 멘 여군들이 밝은 웃음을 지으며 마중 나왔다. 이들은 수십 발의 실탄을 장착한 3kg 남짓한 타보르(tavor-tar21 개조해 총신을 짧게 만든 소총) 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스라엘 군용 트럭의 내부. 국경을 순찰할 때 주로 쓴다.

이스라엘 군용 트럭의 내부. 국경을 순찰할 때 주로 쓴다.

카라칼 대대 여군들과 함께 다시 이스라엘 산 군용 트럭(sufa)을 타고 이집트 국경선으로 향했다. 순찰할 때 쓰는 트럭이다. 에어컨이 고장 나서 소음이 요란하게 들렸다. 군용 트럭이 굉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거친 비포장도로를 지날 때마다 온 몸이 들썩였다. 함께 탄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실의 야니르 병장은 “이게 바로 카라칼 대대의 정신”이라며 웃었다.

카라칼 대대의 일라나 상병이 군용 트럭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카라칼 대대의 일라나 상병이 군용 트럭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지원병과보다 전투병과가 더 인기

우리가 다다른 곳은 맞은 편으로 이집트 초소가 보이는 두 나라의 국경선. 길이 29㎞, 높이 4.8m의 철책선이 두 나라의 군사분계선이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1979년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사우디, 이집트 등과 전쟁을 경험한 이스라엘에 테러 위협은 늘 상존한다. IS를 비롯한 무장단체들의 테러 가능성으로 국경 지대 경계선은 늘 긴장감이 흐른다. 카라칼 대대는 이러한 테러 단체의 폭격, 총기 난사, 밀수 등에 대처하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우리는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리바(27) 병장은 “수시로 국경부근을 순찰할 때 저기 이스라엘 지역을 돌아보는데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바로 저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초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작은 마을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군용 트럭에서 내려서자 어디서 날아왔는지 수십 마리의 파리떼가 얼굴 등 온 몸에 달라붙었다. 손을 휘저으며 당황했는데 여군들은 이런 환경에 익숙한 지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목이 타들어갈 만큼 건조하고 햇볕은 따갑다. 카라칼 대대의 병사들이 입는 군복은 두꺼웠고 꽉 맨 전투화는 무거워 보였다. 이곳은 낮에는 태양이 작열하지만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는 큰 일교차 탓에 전투병 군인들은 항상 긴 소매의 두꺼운 군복을 입고 지낸다.

세계 각국의 여군이 주로 지원병과에 몰리는 것과 달리 이스라엘은 여군들에게도 전투병과가 인기를 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이스라엘의 징병검사는 고등학교 2학년인 17세에 실시되고 병과 분류는 18세 때 진행된다. 징병 대상자들의 신체, 인지, 심리, 언어 등 다양한 검사와 적성 및 특성을 파악해 병과를 분류하는데 이 중 높은 점수를 받은 인원은 공군 조종사·특수부대·전투부대 순으로 배치된다. 여군이 전투병에 지원하려면 까다로운 신체검사와 체력훈련, 자격시험을 거쳐야 한다.

카라칼 부대는 2012년 3명의 테러리스트를 사살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 후로 여군의 전투부대 배치에 대한 여론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카라칼 부대가 생긴 이후로 여성 전투병은 점점 더 늘어나 현재 이스라엘 방위군(IDF)에는 총 4개의 혼성 전투부대가 있다. IDF에 따르면 카라칼 부대에서 435명에 불과했던 전투여군 수가 지난해 기준으로 2100여 명까지 늘어났다.

인터뷰에 응하는 카라칼 대대의 사리바 병장(왼쪽)과 에덴 소위.

인터뷰에 응하는 카라칼 대대의 사리바 병장(왼쪽)과 에덴 소위.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카라칼 대대 군인들에겐 더 높은 등급의 체력과 정신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매일같이 4㎞ 이상을 달리고 일반 보병보다 훨씬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상시 10여kg의 군장을 멘다.

“전투 군인이 되는 것은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굉장한 경험입니다.” 에덴(23) 소위는 전투병 군인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카라칼의 여군들이 전투병 복무를 “큰 명예”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카라칼 대대 여군들이 소지한 소총 타보르(Tavor). 수십 발의 실탄이 장전돼 있다.

카라칼 대대 여군들이 소지한 소총 타보르(Tavor). 수십 발의 실탄이 장전돼 있다.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카라칼 대대 군인들에겐 더 높은 등급의 체력과 정신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매일같이 4㎞ 이상을 달리고 일반 보병보다 훨씬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상시 10여kg의 군장을 멘다. 여성이라고 특별 대우는 없다. 이곳의 특징은 ‘남성 군인과 똑같다’는 것이다.

십대 훈련병들의 진지한 눈빛에 놀라

사리바 병장은 “나라를 방어하는 것은 성별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전투 군인이 되는 것은 자기 희생과 동기 부여에 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리바 병장은 “사랑하는 조국에 기여하고자” 22세에 이스라엘로 건너왔다. 사리바는 뉴욕에 있을 때부터 유대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늘 일깨우고 싶었다고 한다. 이스라엘 바르 일란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정치학을 공부하다 입대한 그는 “여기서는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똑같은 군복을 입고, 똑같은 무기를 소지하고 똑같은 훈련을 받는다”고 말했다.

오후 5시. 훈련병들이 사격 훈련을 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한국이라면 해가 뉘엿뉘엿 저물 시간인데, 이곳은 아직도 눈을 뜨기가 어려울 정도로 햇빛이 힘차게 내리쬐었다. 모래 언덕을 내려가자 20여 명의 신병들 기합소리가 들려온다. 카라칼 소속 로바이트 A(Robaait) 부대 훈련병들이다. 이들 역시 대부분 여성이다.

카라칼 대대 소속 로바이트 A 부대 훈련병들. 십대 후반의 앳된 모습이지만 훈련에 임할 땐 누구보다 진지한 표정이다.

카라칼 대대 소속 로바이트 A 부대 훈련병들. 십대 후반의 앳된 모습이지만 훈련에 임할 땐 누구보다 진지한 표정이다.

그늘조차 없는 모래밭 한가운데에 사격판이 덩그러니 놓여있고 주변엔 아무 장비도 구비돼 있지 않았다. 또 한 번 놀란 건 훈련병들의 앳된 얼굴 때문이었다. 크지 않은 키, 작은 체구의 훈련병들은 마치 수련회에서 마주친 여고생들 같았다. 훈련병들은 그레네이드 런처(Granade launcher, 유탄 발사기)를 둘러메고 있었다. 몸 절반을 가릴 만큼 큰 소총의 무게는 5.5kg에 달한다.

조교가 사격 훈련을 위한 안전수칙을 설명한 뒤 사격자세를 취하자 눈빛들이 달라졌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흙먼지가 입으로 들어갈 정도였는데 다들 아랑곳 않는다. 이들은 노련한 자세로 엎드려 무거운 소총을 잡았다. 이내 요란한 사격소리가 이어졌다.

“철커덩, 탕! 탕! 탕!"

총탄이 허공을 가르자 귀마개 사이로 커다란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에덴 소위는 “훈련병들은 각자 사격판에 얼마나 맞췄는지 확인해보고 합격수준에 이를 때까지 연습하게 한다”고 말했다. 총기를 다룰 때나 사격 훈련에 임할 때 훈련병들의 얼굴에는 십대의 장난끼가 사라졌다. 바닥엔 여기저기 탄피들이 흩어져 있다.

함께 부대를 방문한 채완병 목사는 17년째 이스라엘에서 살고 있다. 채 목사는 “이스라엘 청년들이 크던 작던 전쟁을 가까이에서 봐서 그런지 나이답지 않게 진지한 모습이 참 놀랍다”고 말한다.

칼라칼 대대의 여군들은 남성 전투원들과 똑같이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칼라칼 대대의 여군들은 남성 전투원들과 똑같이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칼라칼 대대의 여군들은 남성 전투원들과 똑같이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칼라칼 대대의 여군들은 남성 전투원들과 똑같이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에덴 소위도 학창시절인 2006년 레바논 전쟁을 지켜보면서 군 복무를 꿈꿨다. 에덴은 “당시 레바논 전쟁을 치르던 이스라엘 군인들을 사랑하게 됐다. 국가에 대한 기여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지원했다”며 “내 동생도 K9(군견) 전투병과다”라고 설명했다.

종교인의 경우 징병 대상자가 아니다. 하지만 일라나 상병은 유대교인임에도 자원 입대를 했다. 그는 “미국 이민자였던 부모님은 모두 군인이었고, 언니도 전투병은 아니지만 현재 군인”이라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전투병 여군들이 사생활에서 포기해야 하는 것은 많다. 주변은 황량한 사막의 흙먼지뿐이다. 현대 문명이 이곳만 비껴간 것 같다. 사리바 병장은 “뉴욕의 화려했던 도심에 비하면 여긴 정말 아무것도 없다”며 “가끔은 초록색 나무든 야채라도 보고 싶단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일주일에 하루씩 휴가를 얻어 집으로 돌아가는 동기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일반적으로 훈련이나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목요일 오후나 금요일 오전에 부대를 벗어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주말은 금, 토요일이다. 병사들에게도 휴식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카라칼 전투병은 16일 꼬박 근무를 하고 5일 휴가를 받는 식이다.

로바이트 A 부대 훈련병들이 사격훈련을 받고 있다.

로바이트 A 부대 훈련병들이 사격훈련을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데이트를 할 시간도 부족하다. 다른 친구들처럼 예쁜 옷을 입고 꾸미고 싶지는 않냐고 물었다. 일라나 상병은 “휴가 때 충분히 이 못생긴 군복을 벗어놓고 쉬는 것으로 충분하다.(웃음) 그게 이 땅을 지켜야 하는 대가라면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꽤 성숙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 땅을 지켜야 할 대가라면 이쯤은 희생해야”

사막 지역에 있는 카라칼 대대의 베이스는 괜찮은 부대 시설 하나 없이 열악하다. 낡은 음료 자판기 옆에 휴식공간이라곤 테이블이 딸린 벤치 하나뿐이다. 하지만 워낙 햇볕이 뜨거워 밖에서 휴식을 취하는 경우는 드물다.

부대는 숙소와 작은 병원과 식당으로 쓰이는 컨테이너 몇 개가 전부다. 남녀 숙소는 영역이 구별돼 있다. 여군 숙소에 남자가 들어가게 되면 밖에서 큰 소리로 ‘맨, 맨, 맨(man, man, man)’을 외쳐 남자가 숙소에 동행했음을 알린다.

일라나는 부끄러워하며 자신의 숙소로 기자를 안내했다.(방위군 측은 여군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촬영을 금지했다) 2평 남짓의 비좁은 공간에 2층 침대 세 개가 전부인 6인실이다. 서서 옷을 갈아입을 정도의 공간이 전부다. 군복과 잠옷 외에는 여유 공간이 없다. 밤에는 사람이 부스럭거리기만 해도 잠이 깰 정도라고 한다. 일라나는 “그래도 이 정도면 견딜 만하다”며 밝게 웃는다.

이집트 국경선에서 경계 태세를 늦추기는 어렵다. 이들은 소총에 실탄을 장착하고 순찰을 돈다. 전투 보급품에는 여분의 실탄이 가득하다. 실제 테러의 위협의 전방에서 맞닥뜨릴 위험이 두렵지는 않을까? 일라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필요하다면 적과 맞서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대응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그런 두려움은 없다”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진제공·이스라엘방위군(IDF)

사진제공·이스라엘방위군(IDF)

전투병으로 복무했다고 특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역 후 자아성취감이 높다. 힘든 부대에서 복무할수록 사회적인 대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군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건 뿌리깊은 문화다.

이 때문에 사회진출에 앞선 경력 관리에도 중요한 통로가 된다. 화학공부를 더 하고 싶은 일라나, 교육 분야를 배우고 싶은 에덴, 전투부대 경험을 살려 안보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사리바 모두 자신의 미래에 전투병과 경험이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국가적으로 이들의 미래를 뒷받침하는 제도도 있다. 이스라엘의 방산업체들은 인재 확보를 위해 군필 대학생을 대상으로 장학제도를 실시한다. 장학생들에게는 회사가 학비와 생활비를 지급한다. 이스라엘 방산업체는 이들에 대한 투자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여기고 있다.

이스라엘은 사방에 한 번씩은 적으로 마주했던 국가들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자칫하면 국가의 존망이 위태롭다는 절박함으로 군인들을 훈련시킨다. 불과 20대 초반의 여군들의 안보관이 뚜렷한 이유다. 사리바 병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는 다른 배경을 가지고 이곳에 왔지만 훈련을 시작한 이래로 변하지 않는 건 이 땅과 조국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이다.”

채완병 목사는 카라칼 부대 여군들의 정신을 성경적으로 해석했다. 채 목사는 “성경의 신약에는 남자는 ‘유력한 자’, 여성은 ‘현숙한 여인’이라는 표현이 있다”며 “이스라엘에서 공부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현숙한 여인’의 이미지에 대해 물으면 한국과는 달리 군인 같은 여성, 투지력이 있고 씩씩한 전사를 떠올린다”고 설명했다. 채 목사는 “현숙한 여인이거나 성경에서 모델이 되는 여성이야말로 원더우먼”이라고 덧붙였다.

해가 저물 무렵 기온은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카라칼의 여군들은 다시 훈련 업무에 복귀하기 위해 인사를 했다. 방위군 측에서 “여군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루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던 게 머릿속에 맴돌았다. 국가를 위해 희생을 마다 않겠다며 훈련을 견디는 이들은 마냥 젊거나 철없는 청년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강한 여전사들이었다. 돌아가는 차량 뒤로 카라칼 대대의 빨간 부대기가 힘차게 펄럭였다.

성평등 부대장 오쉬라트 바챠르 중령 “5년간 여성 전투병 350% 증가한 이유는 평등 의식”

이스라엘의 남녀 평등 개념은 모든 걸 ‘남자와 동등한 조건’으로 이해한다. 지난 5년간 이스라엘 전투병과에 복무하는 여군은 350% 증가했다(올해 3월 기준). 성평등 부대(GENDER AFFAIRS UNIT)를 이끄는 오쉬라트 바챠르 중령을 6월 11일 이스라엘 국방부(IDF)에서 만났다.

이스라엘 여성의 군복무가 늘어나는 배경은 뭔가?
“1948년 여군의 의무복무가 시작됐다. 1973년 4차 중동전쟁, 1982년 레바논 전쟁 이후 증가했고 2000년엔 거의 모든 병과에 지원하게 됐다. 현재 85% 병과에 배치돼 있다.”
여군은 주로 어느 병과에 배치돼 있나?
“교육, 인사,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최근엔 방공, 군견(K9) 부대 등 전투병과에 여군이 늘어나는 추세다. ‘아이언 돔’에 배치된 인원 중 여군이 절반 이상이다.”
여성들 사이에 병역을 기피하는 현상은 없나?
“오히려 반대다. 종교인은 징병대상도 아닌데 자원자가 늘고 있다.”
이스라엘 국민에게 군 복무는 어떤 의미인가?
“이스라엘의 병영과 사회는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스라엘 군은 국가인재양성소(national incubator) 역할을 한다.”
병영 내 성폭력 문제는 어떻게 대처하나?
“군 내 문제만은 아니지만 군에서 일어나면 가해자는 향후 경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한다.”
군 문화에 위계질서가 많이 없다고 들었다.
“위압은 적게, 존중을 많이 한다(Less fear, more respect). 상관은 사병들의 어머니이자 아버지 역할을 한다.”
이스라엘 여군 출신이 주연한 영화 <원더우먼>이 화제다.
“안 그래도 영화를 봤다. 배우는 멋졌는데, 영화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이스라엘 여군이 더 원더우먼이다.”(웃음)

글·사진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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