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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鋪의 새 이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37호 04면

일본 교토로 출장 간다고 했더니 지인은 “300년 된 향(香) 가게를 가보라”고 했습니다. “출장 중에는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고 머뭇거리자 “시간을 내서라도 꼭 들러보라”고 권하더군요. 어쨌든 300년이나 됐으니 대단하긴 하겠구나 싶었는데, ‘지금부터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하는 말처럼 머릿속 어딘가에 딱 붙어 있다가 마지막 날 비행기 타기 직전 실행에 옮겨졌습니다. 머리 희끗희끗한 노신사 매니저의 나지막한 설명은 ‘간지’가 넘쳤습니다. 오랜 세월 명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좋은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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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가게를 일컫는 ‘노포’라는 말이 일본어로 ‘시니세(老鋪)’라는 것을 최근 알게 됐습니다. 일본에는 100년 이상 된 시니세가 2만70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도 7곳이나 된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에서도 오래된 가게를 ‘라오쯔하오(老字號)’라고 부른다는군요.

서울에서도 오래된 가게를 찾아내 브랜드화하겠다고 서울시가 22일 나섰습니다. 노포라는 말이 좀 어려워 이를 대신할 쉽고 간명한 이름을 새로 구한다고 합니다. 아울러 30년 이상 된 점포에 대해 7월 21일까지 추천해달라고 하네요.

늦었지만 다행스럽습니다. 전통을 이어가는 정신이 세파에 휘둘려 사라지기 전에 격려하고 이끌어줄 일입니다. 물론 그 전에 ‘가업’이라는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 형성이 더 먼저이겠습니다만.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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