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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민당, 평화헌법에 '자위대=방위 실력 조직' 명기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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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승천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  [중앙포토]

욱일승천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 [중앙포토]

일본 집권 자민당이 이른바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방위 실력(행사) 조직'으로 명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일본 방어 위한 필요최소한도 실력 조직' 개헌안 마련 #자위대 근거 규정 추가...'전쟁할 수 있는 군대' 합헌화 #이시바 "자위대 위상과 역할도 명확히 규정해야" 주장 #아베 내각 지지율 급락, 개헌 논의 전망 불투명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는 현행 9조와 별도로 '9조의 2'를 신설해 자위대를 '우리나라(일본)를 방어하기 위한 필요최소한도의 실력 조직'으로 규정하는 개헌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2015년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안보법제를 만들어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한마디로 하위법에서 용인하고 있는 자위대의 근거 규정을 헌법에 똑같이 반영해 '전쟁할 수 있는 군대'를 합헌화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자민당 관계자는 "총리가 내각을 대표해 자위대의 최고지휘감독권을 갖는다는 규정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위대는 국회의 승인 등 기타 민주적 통치제도에 복종한다'는 내용의 문민통제도 명기될 전망이다.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는 21일 헌법 9조 개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오는 8월까지 집중 토론을 벌인 뒤 이르면 올 가을 구체적인 조문안을 놓고 연립 공명당과의 조정 과정을 거쳐 연말께 개헌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집권 자민당 대회에서 주먹을 쥐어 보이며 연설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집권 자민당 대회에서 주먹을 쥐어 보이며 연설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개헌을 완료한다는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평화헌법 개정에 신중한 공명당을 의식해 2012년 자민당이 공표한 개헌안 초안보다 개정 수위를 낮췄다. 기존 초안에 담겼던 '국방군' 보유 부분을 일단 포기하고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자민당은 아베 총리 구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2015년 9월 28일 도쿄 한 호텔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이 파벌 결성 기자회견을 하면서 파벌 이름인 스이게쓰카이(水月會)가 쓰인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지지통신]

2015년 9월 28일 도쿄 한 호텔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이 파벌 결성 기자회견을 하면서파벌 이름인 스이게쓰카이(水月會)가 쓰인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지지통신]

아베의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방위상은 21일 헌법개정추진본부 전체회의에서 "자위대를 단순히 헌법에 쓴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며 "자위대의 위상과 역할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시바는 전날 회의에서도 "(전력 보유를 금지한) 9조와 어떻게 모순 없이 설명할 수 있느냐"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9조는 2개항으로 구성돼 있다. 1항은 '국권의 발동에 의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항은 '육·해·공군 및 그 이외 어떤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한때 자민당 내에서 9조 3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현재로선 9조 1항과 2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추가로 '9조의 2'를 신설하는 안이 유력하다. 이 때문에 기존 조항과의 정합성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그래픽] 아베의 추락…사학 스캔들로 내각 지지율 한달새 12%p 급락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내각 지지율이 한 달 만에 12% 포인트나 추락,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zeroground@yna.co.kr(끝)

[그래픽] 아베의 추락…사학 스캔들로 내각 지지율 한달새 12%p 급락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내각 지지율이 한 달 만에 12% 포인트나 추락,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zeroground@yna.co.kr(끝)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아베 총리가 내년 중 국회에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내각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개헌 논의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평화헌법 개정을 둘러싸고 국론이 양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헌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발의하기 위해서는 중·참의원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며, 국민투표까지 가더라도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개헌이 이뤄진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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