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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동해안 너울성 파도 잦은데…“길이 1.1㎞ 망상해변 인명구조 장비함은 3곳뿐”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일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변에서 발생한 물놀이 안전사고.[사진 강원도소방본부]

지난 3일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변에서 발생한 물놀이 안전사고.[사진 강원도소방본부]

“긴급상황에 필요한 인명구조 장비보관함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
강원도를 대표하는 해변 중 하나인 동해시 망상해변을 찾은 한 관광객이 한 말이다. 19일 오후 동해시 망상동 망상해변. 해변 입구에 들어서자 ‘해수욕장 개장 전 및 폐장 후 수상안전관리 요원이 없으므로 입수를 금지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지난 3일 오후 5시쯤 물놀이를 즐기던 김모(25)씨 등 20대 남성 3명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렸던 해변이다. 당시 사고로 김씨와 동생(23)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다행히 함께 빠진 박모(21)씨는 목숨을 건졌다.

동해안 최대 길이 1.8㎞ 강릉 경포해변도 장비함 4곳뿐 #관광객들 장비함 잘 보이게 큰 글씨 표지판 설치 등 요구 #너울성 파도 발생일수 증가세 지난해 37일, 올해도 18일 #동해안 물놀이 사고 3년간 50건, 20명 숨지고 23명 다쳐

사고 이후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이날도 많은 관광객이 해변을 찾았다. 일부 관광객들은 바닷물에 발 등을 담갔지만 이를 제지하는 이는 없었다.

동해 망상해변에 설치된 인명구조 장비보관함. 큰 글씨의 안내 표지판이 없어 피서객이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진호 기자

동해 망상해변에 설치된 인명구조 장비보관함. 큰 글씨의 안내 표지판이 없어 피서객이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진호 기자

사고가 발생한 망상해변은 길이가 약 1.1㎞에 달한다. 백사장 폭도 100m에 이른다. 하지만 긴급상황에 필요한 인명구조 장비보관함이 설치된 곳은 단 3곳에 불과하다.
더욱이 인명구조 장비보관함과의 거리는 300~400m인 데다 바다와도 60~80m 거리에 설치돼 있었다. 크기도 세로 1m, 가로 80㎝라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이날 가족과 함께 망상해변을 찾은 전수연(32·여·서울)씨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구조장비를 신속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면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보관함을 늘리고 큰 글씨의 표시판도 함께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동해 망상해변에 설치된 인명구조 장비보관함과 바다의 거리는 80m에 달한다. 박진호 기자

동해 망상해변에 설치된 인명구조 장비보관함과 바다의 거리는 80m에 달한다. 박진호 기자

인근에 있는 길이 650m의 망상 오토캠핑리조트해변 역시 설치된 인명구조 장비보관함은 2개 불과했다.
동해시 관계자는 “7월 5일 해변이 개장하면 6개 해변에 수상 인명구조 요원 58명이 배치된다”면서 “안전을 위해 개장 전에는 관광객이 바닷물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말했다.
인명구조 장비보관함이 부족한 건 강릉시 해변도 마찬가지다.
해변 길이가 1.8㎞, 폭 80m에 달하는 동해안 최대 규모 경포해변도 인명구조 장비보관함이 4곳에만 설치돼 있다. 장비함 간의 거리는 400~600m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안전장비를 곧바로 활용하기는 커녕 오히려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더욱이 길이 800m의 사천진해변엔 인명구조 장비보관함이 설치돼지 않았고, 인근에 있는 하평해수욕장은 1곳이 전부다.
강릉시 관계자는 “장비보관함이 설치돼지 않은 일부 해변은 시설이 낡아 교체 중”이라며 “해변 개장(7월 1일) 전에 안전시설 설치를 완료하고, 20개 해변에 수상안전 요원 155명도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남성(42·강원 강릉시)씨는 “너울성 파도 피해자가 매년 발생하는 만큼 해변마다 구명환 등 다양한 안전장비를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일 강원도 속초시 영랑동 방파제에서 너울성 파도로 인해 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된 남성.[사진 강원도소방본부]

지난 3일 강원도 속초시영랑동 방파제에서 너울성 파도로 인해 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된 남성.[사진 강원도소방본부]

실제 너울성 파도 발생 일수는 증가 추세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강원도 동해안의 너울성 파도 발생 일수는 2014년 22일, 2015년 42일, 지난해 37일이다. 올해의 경우도 지난 6일 기준 18일이나 발생했다.
최승천 강원지방기상청 해양예보 전문상담관은 “일반인들이 눈으로 너울성 파도를 구분하기는 어렵다”면서 “파도가 조금이라도 높은 날에는 바닷가 주변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동해안에서 발생한 수난사고는 총 50건으로 20명이 숨졌다. 또 23명이 다치고 16명이 안전하게 구조됐다.
동해=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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