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치어 숨졌는데… "사고 난 줄 몰랐다"는 버스기사의 미스터리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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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에서 초등학교 4학년이 버스에 치여 숨진 교통사고 현장. 최종권 기자

지난 15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에서 초등학교 4학년이 버스에 치여 숨진 교통사고 현장. 최종권 기자

15일 충북 청주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 사망 사고와 관련, 버스 기사와 경찰 간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인명 피해 사고를 낸 줄 몰랐다"는 버스 기사와 "도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찰 사이에 논쟁이 일어난 것이다. 사고 정황을 밝힐 시내버스 블랙박스는 지워진 상태다.

15일 오후 3시 26분쯤 청주 시내 버스 기사 A(60)씨는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 B(11)군을 시내버스로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청주 흥덕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어린이보호구역 편도 1차로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B군은 A씨가 몰던 시내버스와 같은 방향으로 도로변을 따라 걷고 있었다.

경찰은 A씨가 운전하는 버스가 B군을 들이받았지만,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지나간 것으로 잠정 판단한 상태다.

사고지점 폐쇄회로(CC)TV를 보면, 사고 직후 주변 목격자와 주민 등 5명이 B군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한 주민은 버스를 향해 멈추라 손짓했고, 버스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병원에 옮겨진 B군은 결국 숨졌다. 그리고 경찰은 이날 오후 4시 20분쯤 A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검거될 당시 A씨는 정상 노선에 따라 시내버스를 운행하던 중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음주 운전도 하지 않았고, 당시 시내버스의 운행 속도는 시속 18km로 어린이 보호 구역제한 속도인 30km보다 느린 속도였다.

A씨는 "사람을 친 줄 몰랐다"며 "당시 버스에 6~7명 승객이 함께 타고 있었지만, 이상한 점을 감지 해 알려 준 사람도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씨의 사고 인지 여부를 담고 있는 시내버스 블랙박스의 데이터는 모두 지워진 상태다. A씨는 "오류로 인해 블랙박스 영상이 모두 날아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충북 청주흥덕경찰서는 A씨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을 치고 달아나 숨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시내버스 블랙박스 저장장치의 데이터 복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 저장 장치 데이터 복구가 이뤄지는 대로 사고 당시 버스 내부 상황을 면밀히 분석할 예정"이라며 "A씨의 표정과 승객 반응 등을 확인하면 단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교통사고 전문가는 차체가 높은 대형 버스의 경우 어린아이를 치었더라도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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