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여성 간부공무원 비율 전국 꼴찌서 1-2위, 충남·경북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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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를 마친 각 부처 공무원들이 퇴근하기위해 통근버스에 오르는 모습. [중앙포토]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를 마친 각 부처 공무원들이 퇴근하기위해 통근버스에 오르는 모습. [중앙포토]

정부가 성평등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공직사회에서조차 여전히 여성이 설 자리는 부족하다. 신규 임용되는 여성 공무원의 수는 남성 못지 않지만 각 지자체에서 4~5급 이상 고위급에 오른 여성 공무원은 남성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17개 시·도 중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 '꼴찌' #도청 공무원 중 여성 비율 충남 14%·경북 24.5% #"여성 비율 높아지는 중"…일각선 역차별 논란도

그 중에서도 충남과 경북의 5급(사무관)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은 각각 6.5%, 7.2%에 그친다.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지난해 6월 말 기준 조사 결과에서 17개 시·도 중 최하위다. 5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이 1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전국 시·도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

전국 시·도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

충남은 도 본청만 놓고 보면 사정이 더 심각하다. 충남도청 내 5급 이상은 423명. 이 가운데 여성은 단 15명, 3.5%에 불과하다. 지난달 말 기준 충남도청 전체 공무원은 4171명으로 이 중 여성은 14%인 587명을 차지하고 있다.

경북도청도 전체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이 낮다. 총 2087명의 공무원 중 남성이 1596명(76.5%), 여성이 491명(24.5%)이다. 4급 이상 간부 공무원으로 따져보면 남성이 88명(94.6%), 여성이 단 5명(5.4%)이다.

경북은 여성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의 위상도 낮은 편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3급 이상 공무원이 단독 여성국 부서장을 맡고 있는 지자체는 10곳에 이르지만 경북은 4급 공무원이 부서장을 맡았다. 또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지자체 내 위원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별이 6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여성위원의 비율이 평균 35.4%에 머무르고 있다.

김인중 경북도의원은 "경북의 여성들이 각종 사회·구조적 차별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북도는 수사적인 표현으로서만 '양성평등'을 외치고 있다"며 "실질적인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권한과 예산 등을 뒷받침하면서 동시에 주요 부서에 적극적으로 여성을 등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과 경북은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이 낮은 이유로 이들이 공직에 입문한 90년대 초반 여성비율이 낮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1990대 초반에는 신규 공무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미만이었다. 9급으로 시작해 5급으로 승진할 때까지는 통상 20~25년가량이 걸린다. 90년대 입문한 공무원들이 5급이 되는 시점이 2010년부터다. 승진 대상 자체가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5급 이상 비율이 낮다는 설명이다.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 청사 전경. [사진 충남도]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 청사 전경. [사진 충남도]

충남의 신규 여성공무원의 비율은 매년 증가해 2004년 38%, 2015년 50.7%, 지난해는 52.8%까지 높아졌다. 충남도는 5급 이상 여성공무원 비율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7.2%, 2018년 8.6%, 2019년 8.6%, 2020년 9.3%, 2021년 10.0% 등의 목표를 세웠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관련 부서에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인위적으로 비율을 맞출 경우 역차별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충남은 지난 1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년 지역별 성 평등수준 결과' 중 의사결정 분야에서 16위에 그쳤다. 의사결정 분야는 광역·기초의원, 5급 이상 공무원, 권리직, 위원회 위촉직 위원의 성비를 측정한 지수다.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청사 전경. [사진 경북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청사 전경. [사진 경북도]

경북은 최근 3년간 5~6급 승진 여성 공무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5급 승진 여성 공무원의 수가 2015년 5명에서 지난해 7명, 올해 10명으로 늘었고 6급 승진 여성 공무원은 2015년 10명에서 지난해 8명으로 줄었지만 올해 22명으로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2011년 여성 정무부지사를 임용했다는 점도 성평등 정책의 일환으로 꼽았다.

충남도 관계자는 "2000년 대 들어서면서 여성들이 공직진출이 활발해졌는데 이들이 승진대상이 되면 5급 이상 비율도 높아질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양성평등 비전 2030을 수립하는 등 여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앞으로 업무능력과 성과가 탁월한 여성 공무원을 발탁 승진시키는 한편 공직사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지향적인 여성인재를 육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성·안동=신진호·김정석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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