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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마다 신기록 물살, 여자 수영 ‘영 파워’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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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서영은 작은 체구에도 잇따라 한국신기록(개인혼영 200·400m·배영 200m)을 갈아치우면서 한국 여자 수영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김서영. [우상조 기자]

김서영은 작은 체구에도 잇따라 한국신기록(개인혼영 200·400m·배영 200m)을 갈아치우면서 한국 여자 수영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김서영. 우상조 기자

수영을 마치고 물 속에서 나온 뒤 사뿐사뿐 걸어오는 선수를 보곤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담한 체구에 가녀린 어깨가 성인 수영선수라곤 믿기지 않았다.

올림픽 메달 꿈꾸는 김서영 #체구는 아담하지만 부력 타고나 #3년간 체력 키워 파워 40% 향상 #매년 1초씩 한국 기록 경신 행진 #김인균 감독 “2020년 도쿄 기대”

한국 여자 수영의 ‘대들보’로 떠오른 김서영(23·경북도청·사진). 김인균 경북도청 감독은 “체구가 아담해 수영 선수들 사이에 있으면 눈에 띄지도 않는다”고 귀띔했다. 지난 13일 서울 한국체대 수영장에서 만난 김서영은 이런 반응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좀 작아 보이죠? 키 1m63㎝, 몸무게는 51㎏입니다. 발 크기는 고작 235㎜죠. 하지만 물속에선 엄청 빠르답니다.”

김서영

김서영

김서영 여자 수영선수가 13일 오후 서울 양재로 한국체대 수영장에서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선수는 지난 14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 여자 수영계 간판선수다. 우상조 기자/ 20170613

김서영 여자 수영선수가 13일 오후 서울 양재로 한국체대 수영장에서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선수는 지난 14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 여자 수영계 간판선수다. 우상조 기자/ 20170613

김서영은 최근 한국 여자 수영의 ‘기록 제조기’다. 주종목인 개인혼영(접영·배영·평영·자유형 등을 전부 헤엄치는 종목) 200·400m와 배영 200m에서 한국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가파른 상승세는 지난해 8월 리우올림픽에서 시작됐다. 당시 여자 개인혼영 200m 예선에서 한국 타이 기록(2분11초75)을 세웠지만 결선에 오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두 달 후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선 한국신기록 4개(개인혼영 200m·400m·계영 400m·800m)를 수립하면서 최우수선수가 됐다. 지난달 14일 경북 김천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는 여자 개인혼영 400m(4분35초93), 여자 배영 200m(2분11초12)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혼영 400m는 올해 세계랭킹 6위에 해당하는 빼어난 기록이다. 세계랭킹 1위 기록은 한나 마일리(영국)의 4분34초12다.

김인균 감독은 “서영이는 부력을 타고 났다. 그 덕분에 힘을 많이 안 들이고 편안하게 수영한다. 작은 체구 덕에 서양 선수들보다 더 유연하고 빠른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스타트 훈련을 하고 있는 김서영. [우상조 기자]

스타트 훈련을 하고 있는 김서영. [우상조 기자]

김서영은 5세 때 취미로 수영을 시작했다. 엘리트 선수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대회에 나가면 금메달을 도맡아 따면서 점점 욕심이 생겼다. 수영선수로서 ‘태극마크를 달아보겠다’는 꿈도 생겼다”고 했다. 그는 수원 천천초등학교 5학년 때 본격적으로 엘리트 수영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작은 체구가 컴플렉스였다. 몸집에 비해 과도하게 어깨를 회전시켰고, 작은 발로 더 세게 물을 찼다. 그러다보니 어깨와 무릎 부상을 달고 살았다. 한창 훈련에 전념해야 하는 10대 후반에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없었다.

[사진 김서영 인스타그램]

[사진 김서영 인스타그램]

김서영은 2013년 경북도청 수영팀에 입단하면서 새롭게 태어났다. 그는 “부상을 겪고 난 뒤 근력보강을 하지 않고 과도한 동작만으론 물살을 빨리 가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눈앞의 성적보다는 체력 키우기에 초점을 맞추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꼬박 3년을 훈련한 뒤 파워가 30~40% 가량 향상됐다. 파워가 붙으면서 지난해부터 실력 발휘를 하고 있다.

김인균 감독은 “외국의 개인혼영 톱랭커들은 이미 최고 정점을 찍은 선수들이다. 반면 서영이는 매년 약 1초씩 기록을 앞당기고 있다. 체계적인 훈련을 한다면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 여자 수영 사상 최초로 메달 획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포토]김서영, 시상식 떨려요

[포토]김서영, 시상식 떨려요

[사진 김서영 인스타그램]

[사진 김서영 인스타그램]

하루에 10시간 가까이 물 속에서 사는 김서영에게 큰 힘을 주는 이는 동료 선수 안세현(22·SK텔레콤)이다. 접영 스페셜리스트인 안세현은 2015년부터 박태환을 키운 마이클 볼(호주) 코치의 지도를 받으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18일 프랑스 남부의 카네 앙 루시옹에서 열린 2017 마레 노스트럼 수영시리즈 여자 접영 100m 결승에서 57초28의 한국신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기록은 올해 세계랭킹 4위에 해당한다. 김서영은 “세현이는 힘이 돼주는 든든한 친구다. 세현이가 호주에서 훈련하고 있어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함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자’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한국 여자수영 간판 김서영-안세현 [사진 김서영 인스타그램]

한국 여자수영 간판 김서영-안세현 [사진 김서영 인스타그램]

한국 여자 수영이 올림픽에서 메달이 딸 수 있을까. 김서영은 “예전에는 올림픽 메달은커녕 아시안게임 메달도 꿈꾸지 못했다. ‘안 될 거야’라는 패배의식이 무척 컸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아시아 수영강국인 일본에서 훈련하면서 김서영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비슷한 체구의 일본 여자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걸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도전 의식이 생겨났다”고 강조했다. 김서영은 다음달 14~3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김서영은 …

생년월일 : 1994년 3월 17일
소속 : 경북도청
주종목 : 개인혼영
경력 : 2012년 런던올림픽 개인혼영 400m 17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인혼영 400m 4위, 2016년 리우올림픽 개인혼영 200m 12위
한국신기록 : 개인혼영 200m(2분10초23), 개인혼영 400m(4분35초93), 배영 200m(2분11초12)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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