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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만난 사람] 카카오 이익 55% 올리는 로엔, 종합 콘텐트 기업으로 키울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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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음악 종합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자회사 ‘포도트리’에 1250억원 투자 유치, 카카오페이에 2300억원 투자 유치, 드라마제작사 설립….

로엔엔터테인먼트 박성훈 대표 #음악은 디지털 시대 돈 되는 콘텐트 #6주간 300만원 주고 뽑은 인턴들 #깜짝 놀랄 아이디어 계속 쏟아내 #새로 선보일 사업 ‘영감’ 얻어 #미래의 글로벌 콘텐트 산업 구도 #할리우드 대 한류의 경쟁 될 것

지난 1월 이후 (주)카카오가 기록한 인수·합병(M&A)과 투자 유치의 ‘성적표’다. 이러한 굵직한 경영 성과에는 2015년 4월 합류한 박성훈(44) 최고전략책임자(CSO)의 조력이 한 몫 했다. M&A업계에서 ‘전략과 딜(Deal)의 귀재’라 불리던 박 대표는 김범수 의장의 요청으로 카카오 멤버가 됐다. 그는 카카오에 합류하자마자 김 의장과 함께 ‘멜론’ 인수를 성사시켰다.

박성훈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로엔엔테테인먼트 공동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했다. 로엔의 인수 과정과 성장 전략에 대해 밝혔다. 로엔은 올 1분기 카카오 영업이익의 55%를 올려줬다. [김춘식 기자]

박성훈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로엔엔테테인먼트 공동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했다. 로엔의 인수 과정과 성장 전략에 대해 밝혔다. 로엔은 올 1분기 카카오 영업이익의 55%를 올려줬다. [김춘식 기자]

이후 로엔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도 겸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그의 집무실을 찾아 카카오와 로엔의 성장전략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카카오라는 플랫폼에 로엔이 필요했던 이유를 먼저 설명했다. 로엔은 ‘멜론’이라는 음원 서비스를 중심으로 음악 콘텐트를 제작·유통·판매하는 음악 전문기업이다. 그는 “디지털 트렌드는 지금까지 음악과 분리돼 성장한 적이 없다. 테이프·CD·MP3 플레이어처럼 전달 도구가 달라졌을 뿐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항상 가장 먼저 적용된 콘텐트는 음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플랫폼을 확보한 카카오에 음악 서비스는 향후 큰 무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올 1분기 카카오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4438억, 영업이익 383억원을 기록했다. 로엔은 이중 매출의 30%, 영업이익의 55%를 차지했다. ‘음악에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그의 판단이 일단 들어맞은 셈이다. 그렇다면 1조8700억원이라는 거액의 인수가를 고려해도 성공적인 투자였을까. 이에 대해 그는 “주당 가격에 경영 프리미엄을 통상 수준으로 얹어 가격이 산정됐다”며 “7500억원은 카카오 주식으로 주고, 8000억원은 1% 미만의 매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카카오로서는 큰 부담이 없는 인수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로엔의 공동대표를 맡은 후 그는 다양한 실험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게 ‘넥스트 뮤직라이프 인턴십’ 프로젝트다. ‘6주간 급여 3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자 전국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1000명 이상 몰렸다.

이들을 대상으로 학력이나 배경을 모두 감춘 채 1분 자기소개 영상으로 ‘끼만 보고’ 24명을 선발했다.

박 대표는 “음악은 30, 40대가 되면 편식을 하게 되지만 10대, 20대는 잡식하고 포식한다”며 “콘텐트 상품의 가장 큰 소비 계층인 젊은이들의 생각과 취향을 파악하자는 차원에서 인턴십을 진행했는데 성과가 놀라웠다”고 말했다.

인턴들은 팀 프로젝트에서 깜짝 놀랄만한 신규 사업과 서비스 아이디어를 냈다. 박 대표는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올 하반기 새로 선보일 서비스와 신규 사업의 상당수는 이들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들”이라며 “수억원짜리 경영 컨설팅보다 인턴들에게 어떤 시도든 해보라고 자리를 깔아주는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로엔의 미래에 대해서는 음악 종합회사를 넘어 종합 콘텐트 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카카오와 콘텐트의 결합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미디어의 발전사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역사상 콘텐트와 미디어가 분리된 적이 없었다. 뉴스는 페이퍼와, 영상은 TV, 만화는 책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기존 미디어와 콘텐트의 결합이 무너졌고, 콘텐트는 스마트폰 안에 형태와 상관없이 모두 녹아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모인 콘텐트는 어떻게 카카오라는 SNS 플랫폼과 비즈니스 결합할 수 있을까. 박 대표는 “SNS 사용으로 쌓이는 빅데이터가 대중의 취향 변화라는 큰 트렌드를 짚어낼 것”이라며 “이를 빠르게 파악해 상품으로 내놓는 콘텐트 회사가 빅히트작을 잇따라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영화 ‘트와이라잇’의 러브 스토리에 소녀들이 열광했는데 흡혈귀와 키스를 하면 죽는다는 설정이 소녀들을 가슴 설레게 했다”며 “이후 국내에서 ‘도깨비’가 크게 히트한 것도 SF요소가 가미된 러브스토리라는 큰 트렌드에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의 글로벌 콘텐트 산업에 대해서는 ‘할리우드 대 한류의 싸움’이라고 단언했다. 박 대표는 “미국의 유명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가 2014년 방영한 드라마 가운데 11%가 한국산이었다”며 “미드와 히스패닉, 요즘 인기라는 중드(중국 드라마)·일드(일본 드라마) 등 전세계 수많은 콘텐트 중에서도 한국 콘텐트는 소비자의 기호를 가장 민감하게 파악하고 영리하게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카오의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로엔이 생산하게 될 드라마·뮤직 등 콘텐트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LOEN

● 로엔엔터테인먼트 : 국내 최대 디지털 음악 플랫폼 ‘멜론’을 서비스하는 회사. 1978년 서울음반으로 설립된 뒤 2005년 SK 편입. 2016년 카카오에 인수
● 매출 : 4506억원 (2016년 기준)
● 영업이익 : 799억원(2016년 기준)
● 종업원 수 : 338명 자료 : 로엔엔터테인먼트

◆박성훈 대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베인앤컴퍼니·보스턴컨설팅그룹서 컨설턴트로 명성을 쌓았다. 2013년 CJ 미래전략실 부사장을 거쳐 2015년 4월 카카오에 합류했다. 모교 후배들이 미국 버클리대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올 수 있도록 매년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사회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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