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경환 해명 반박,,,사실상 사퇴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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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 기류는 16일 저녁 청와대가 안 후보자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감지됐다.

안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1975년에 저질렀던 ‘허위 혼인 신고’ 전력에 대해 “이기심에 눈이 멀어 사랑했던 사람과 그 가족에게 실로 어처구니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6년) 인권위원장에 취임하기 전 사전검증에서 내부적으로 해명했다”며 “이번에 검증할 때 (청와대에서) 그 문제에 대한 질의가 있어 나름대로 소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확히 기억할 순 없지만 약 일주일 정도 전에 질의가 왔다”며 “결과적으로 2006년 소명했던 내용의 정보를 현 청와대에선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추측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 지명 발표는 지난 11일이었기 때문에 그의 말대로라면 청와대가 ‘허위 혼인 신고’라는 흠결을 알고도 임명을 강행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날 저녁 안 후보자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이번 후보자 추천과 검증 과정에선 (허위 혼인 신고를) 몰랐다”며 “(15일) 언론에서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안 후보자가 인사 발표 전에 청와대 검증팀과 통화한 건 맞지만 혼인 관련 내용을 물은 적은 없다는 게 청와대의 공식입장”이라며 “이 부분은 자신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알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안 후보자는 이날 회견에서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때문에 청와대가 안 후보자의 해명을 부인한 것은 사실상 안 후보자를 버리겠다는 의도 아니냔 관측이 나왔다. 그런데 청와대의 해명엔 미스테리가 있다. 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날 본지에 “70년대만 해도 여성의 이혼 전력을 없애기 위해 혼인무효 소송이 생각보다 많이 활용됐다”며 “안 후보자의 소명을 들은 뒤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안 후보자가 ‘이혼녀’가 될 배우자의 입장을 배려해 스스로 허위 혼인신고를 한 ‘범법자’가 되는 길을 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사전에 안 후보자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하지 않고선 나오기 힘든 내용이다.

안 후보자의 한 지인은 “평소 안 후보자가 젊은 시절 첫번째 부인과의 이혼 사실을 물론 전 부인이 현재 외국에 살고 있다는 말도 했다”며 “40년 넘게 지난 지금에 와서 ‘그는 이혼녀였다’고 밝히면 그분의 가정은 어떻게 되겠나. 사적 영역에는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안 후보자의 회견은 ‘허위 혼인 신고’를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이에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허위 자료와 진술을 근거로 혼인무효 소송을 진행해 법원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면 ‘위계(僞計)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다. 사법을 관장할 법무장관에게 ‘허위 혼인 신고’보다 더 큰 결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안 후보자는 이날 오전만 해도 “국민의 여망인 검찰개혁과 법무부 문민화 작업에 제가 쓸모가 있다고 해서 모든 흠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진행했다. 그 일(법무장관)을 수행하는 것은 수많은 개인적 흠보다 더욱더 국민의 입장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현직 검사들 사이에선 “검찰 조직을 잘 알지도 못하는 범법자가 사법개혁을 주도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영(令)이 설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안 후보자 회견에 대한 언론 논조도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여기에 청와대까지 나서 안 후보자의 주장을 사실상 ‘거짓’이라고 결단을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가 됐다. 이에 부담을 느낀 안 후보자는 결국 자진 사퇴를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강태화ㆍ김포그니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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