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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볼만한 애니메이션 '꼬마참새 리차드: 아프리카 원정대'

중앙일보

입력

미처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영화에 깊이 빠져들거나, 밤이 깊은지도 모르고 책을 읽은 경험. 여러분도 한 번쯤은 겪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 인생의 영화(책)”이라고 말할 정도로 아주 강렬한 경험이죠. 그런데 이런 경험이 그리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재미있는 ‘그 무엇’을 만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꼬마참새 리차드: 아프리카 원정대’는 그 기대를 채워줄 수 있을 만한 애니메이션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생생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부터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 그리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광활한 자연의 모습까지. 그야말로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글=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자료=이노기획

아프리카로 가는 길, 새 친구가 뭉치니 외롭지 않아

‘꼬마참새 리차드: 아프리카 원정대’. 리차드 캐릭터포스터. 

‘꼬마참새 리차드: 아프리카 원정대’. 리차드 캐릭터포스터.

리차드는 늘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덩치는 작지만, 하늘을 누구보다 빠르게 날 수 있다며 자신만만하죠. 그러면서 형 맥스보다 더 높이 하늘을 오르는 호기를 부리기도 합니다. 이렇듯 용감무쌍한 리차드지만, 극복할 수 없는 일도 있습니다. 아빠와 엄마, 형 모두 곧은 다리와 긴 부리를 가진 우아한 황새인데, 리차드는 참새라는 점입니다. 황새인 아빠와 엄마, 형을 따라 외발로 서고, 부리를 아래위로 부딪쳐 딱딱 소리를 내봤자, 리차드가 참새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죠.

황새 무리에 속하기 위한, 아니 황새가 되고자하는 리차드의 노력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까지 합니다. 리차드는 철새인 황새 무리를 따라 저 멀리 아프리카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하지만 결국 가족들은 리차드를 두고 떠납니다. 그리고 남겨진 리차드는 가족을 뒤쫓아 아프리카에 가기로 결심하죠. 이 과정에서 리차드는 새로운 친구 둘을 사귀게 됩니다. 처음 만난 친구는 털이 덥수룩한 참새 올빼미 올가입니다.

올빼미 참새 올가를 만나 게 된 리차드. 사진=이노기획

올빼미 참새 올가를 만나 게 된 리차드. 사진=이노기획

올가는 좀 독특합니다. 자신에게만 보이는 상상 속 친구 올레를 데리고 다니죠. 리차드는 올가가 약간 맛이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적당히 맞장구를 쳐줍니다. 그건 올가도 마찬가지죠. 자신을 황새라고 우기는 참새를 그러려니 하고 봐주죠. 자주 다투는 와중에도 둘은 어느새 친구가 되어 갑니다. 특히 당차기만 했지, 아직 요령이 없는 리차드에게 올가는 많은 도움을 주죠.

최고의 디스코황제가 꿈인 앵무새 키키. 사진=이노기획

최고의 디스코황제가 꿈인 앵무새 키키. 사진=이노기획

두 번째 친구는 어느 오래된 바의 새장에 갇혀 있던 앵무새 키키입니다. 키키의 꿈은 디스코황제가 되는 겁니다. 키키는 화려하고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 허영덩어리입니다. 새장에서 탈출하고픈 키키는 리차드와 올가에게 자신이 아프리카로 가는 길을 안내하겠다고 꼬드깁니다. “날 새장에서 풀어주면 같이 기차를 타고 스페인까지 번개처럼 갈 수 있거든!”

하지만 키키는 가요제가 열리는 이탈리아(원래는 스페인 쪽으로 가야하는데!) 산레모 행 기차로 친구들을 안내합니다. 거짓말을 하고, 새 주제에 날갯짓도 형편없으며 용기도 없는 키키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습니다. 정작 위급한 순간엔 나름의 기지를 발휘해 친구들을 구해내기 때문이죠.

의심하고 비웃고 싸우지만, 세 친구는 점점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은 리차드의 마음, 외톨이였던 어린 시절을 상상 속 친구를 통해 버텨온 올가의 외로움 , 또 무대에 서서 노래하고 싶은 키키의 꿈까지 말이죠.

함께 하늘 높이 날아오른 세 친구 올가와 리차드 키키. 사진=이노기획

함께 하늘 높이 날아오른 세 친구 올가와 리차드 키키. 사진=이노기획

우여곡절을 겪은 세 친구가 나란히 손을(날개를) 맞잡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상처투성이인 세 친구가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눈물이 찔끔 흐르기도 합니다. 이들의 모습은 우리 주위의 사람들, 또는 내 자신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영화를 만든 토비 젠켈과 레자 메마리 감독은 “사람의 모습으로 이미지화해서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전합니다. 리차드는 확신에 가득 찬 꼬마 아이, 올가는 외톨이지만 강인한 성격을 가진 여자아이, 키키는 열정적인 디바(최고의 여가수)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탄생했죠.

 전깃줄에 앉아 인터넷에 접속 중인 올가와 비둘기들. 사진=이노기획

전깃줄에 앉아 인터넷에 접속 중인 올가와 비둘기들. 사진=이노기획

생생한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 말고도 영화는 다양한 즐길 거리로 가득합니다. 독일과 벨기에,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4개국 애니메이션 명가들이 의기투합해 완성했다는 영화에는 아주 깨알 같은 디테일이 가득하죠. 일단 아름다운 밤하늘과 푸른 숲 위를 날아다니는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상쾌합니다. 키키의 춤과 노래를 보는 것도 무척 즐겁습니다. 몸이 절로 리듬을 타는 경험을 할 수 있죠. 또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전선 위의 새들은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들은 인터넷 접속 중인 새들을 의미합니다. 익숙한 컴퓨터 효과음과 인터넷 용어를 비둘기의 입으로 듣는 재미가 색다릅니다. 마지막으로, 엔딩 크레딧에서 흐르는 노래도 끝까지 감상해보세요, 어디서 들어본, 아주 익숙한 노래라는 걸 알 수 있답니다.

감독 토비 젠켈, 레자 메마리
등급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84분
개봉 6월 15일

영화 리뷰 ‘꼬마참새 리차드: 아프리카 원정대’의 6월 2일 시사회에 참여한 소중 독자와 학생기자의 영화평을 소개합니다.
“세 친구가 함께 여행하는 과정이 무척 스릴 넘치게 다가왔어, 하늘 위에서 펼쳐지는 장면들도 정말 멋있었지. 아프리카로 떠나는 멋진 장면들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 같아.” 김채린(서울 행당초 4)

“포기하지 않고 모험을 시작한 리차드의 행동은 정말 용기 있어 보였어. 나도 앞으로 용기를 내서 내 안에 숨겨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어. 또 내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 오한길(서울 서원초 5) 학생기자

"귀여운 꼬마참새 리처드는 작지만 씩씩해. 하지만 박쥐가 리처드를 잡아 먹으려고 했을땐 너무 무서웠어. 리차드에게는 무엇보다 좋은 친구 키키와 올가가 있어서 힘이 나는 것 같아." 김주은(서울 청량초 2)

"리차드가 엄마 아빠와 함께 아프리카에 갈 수 없어 너무 슬펐지만. 어렵고 힘들 때도 리차드를 도와줄 수 있는 키키와 올가 덕분에 리차드는 외롭지 않았어! 귀여운 리차드 화이팅!" 이나율(서울 옥수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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