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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어요, 정해진 답 없어 더 재밌죠 - 영메이커 프로젝트 대구 편

중앙일보

입력

16주 동안 진행되던 영 메이커 프로젝트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프로젝트에 참여한 멘토도, 아이들도 ‘배움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강요에 의한 배움이 아니라, 필요해 의해 스스로 배우는 즐거움, 가르치기 위한 배움이 아닌 소통을 위한 배움을 하게 됐다는 것이죠. 이번 주에 소개할 대구 K-ICT 스마트미디어 팀(이하 대구팀)은 느리지만, 배움의 가치를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팀입니다. 엄마들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구 영 메이커 프로젝트팀을 소개합니다.
글·사진=황정옥 기자, 리더멘토=이형민·서봉예  멘토=양정화·박선화
영 메이커= 김세현(대구 고산초 6)·김유찬(대구 옥산초 5)·김체나(대구 세천초 4)·김호근(대구 대륜중 2)·이승희(대구 성곡초 4)·오서윤(대구 노변초 6)·장진혁(대구 성곡초 4)

대구 K-ICT 스마트미디어센터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대구 지역 영 메이커 프로젝트 팀.

대구 K-ICT 스마트미디어센터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대구 지역 영 메이커 프로젝트 팀.

이제 와서 말이지만, 대구지역에 영 메이커 프로젝트팀이 만들어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엄마 멘토들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죠. 우선, 메이커 스페이스를 확보하는 일부터가 난관이었습니다. 대구에는 여러 메이커 스페이스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창업자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장소를 내주는 곳은 많지 않았죠. 어렵게 대구 크리에이트브 팩토리에서 함께하기로 했지만, 대구지역 모집을 끝난 후, 참여가 어렵다는 의사를 보내와 더욱 난처한 상황이 됐습니다.

도전해보고 싶다는 아이들은 모였는데, 장소가 없어 발을 동동 굴릴 무렵, 엄마 멘토 서봉애님이 나섰습니다. 3D프린터, 레이저 커터 같은 장비가 없어도 아이들이 모여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어디든 전화해 요청서를 보냈죠. 결국, 대구 K-ICT 스마트미디어센터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이 왔고, 그렇게 대구지역 영 메이커 프로젝트팀에 결성됐습니다.

하지만, 난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영 메이커 프로젝트는 10개의 거점지역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운영되고, 각 거점지역은 페이스 북 라이브를 통해 연결됩니다.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것이죠. 또, 작업 내용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오픈 포트폴리오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올린 오픈소스를 통해 내가 무언가를 만들 수 있었듯이, 나 역시 다른 이들에게 작업과정을 공개해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메이커 교육의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죠.

엄마 멘토들이 주축인 대구팀은 이런 IT 문화가 생소했습니다. 페이스 북도 낯선데, 라이브 방송이라니, 걱정이 태산이었죠. 또 메이커 교육이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며 만드는 것’이라고 해도 기술교육에 생소한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부품을 검토하는 장진혁(왼쪽)·이승희 학생.

프로젝트에 필요한 부품을 검토하는 장진혁(왼쪽)·이승희 학생.

그럴수록 엄마들은 똘똘 뭉쳤습니다. 수소문해 봉사에 뜻이 있는 메이커를 섭외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이영민 멘토가 합류해 교육과정을 챙기는 리더 멘토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또 지역문화센터,과학관 등에서 진행되는 기술특강을 신청해 아이들과 함께 강의도 들었죠. 서봉애 멘토는 “최근에는 3D모델링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어요. 지난주에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가 딸 아이와 함께 제가 디자인한 조명 갓을 출력해 봤죠. 엄마가 알아야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엄마들도 공부하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형아 멘토의 등장
소중이 대구 K-ICT 스마트미디어센터를 방문한 지난달 27일에도 새로운 멘토가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메이커 활동을 하고 있는 이준희입니다. 여러분에게 도움을 주려고 멘토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이 멘토는 만들기를 좋아하는 대륜고등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히 알게 된 드론에 빠져 메이커 세계에 입문했죠. 그가 4년 동안 꾸준히 만들고 있는 드론은 하늘과 땅, 바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드론입니다. 드론을 만들기 위해 3D모델링, 기체공학 등을 온라인을 통해 스스로 공부했죠. 중학교 1학년 때는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소규모 투자자들의 후원을 받는 사이트에 올려 후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시간을 진동을 알려주는 진동시계, 급식 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멘토는 대구 지역에 영 메이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왔습니다. 혼자 만들며 겪었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죠. 이 멘토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배워서 만들어보는 경험은 특별해요. 전 5학년이 돼서야 작업다운 작업을 시작했는데, 여러분은 저보다 더 어린 나이에 시작해 부럽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새롭게 합류한 이준희 멘토가 드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새롭게 합류한 이준희 멘토가 드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멘토가 인사를 끝내고 자리에 앉자, 낙하산이 달려있는 드론을 만들고 있는 5학년 유찬이가 다가와 질문을 쏟아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서 멘토가 웃으며 설명합니다. “유찬이는 집중력도 좋고, 알아서 잘하는 아이에요. 그런데 프로토타입 이후, 진도를 못나가고 있었죠. 드론은 저희 멘토들도 잘 모르는 분야라, 이준희 학생을 섭외했죠.” 유찬이는 “궁금한 게 많았는데, 오늘 형아가 많이 알려줘서 고마웠어요. 형아가 드론을 만들어봐서 이야기도 잘 통하고 좋아요”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
서윤이는 고민이 많습니다. 천연화장품 만들기에 푹 빠져 화장품을 만들고 싶은데, 엄마가 처음 기획했던 프로젝트를 계속하라고 조언해서죠. 엄마의 조언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가신청서를 낼 때, 늦잠 자는 오빠를 위해 일정 시간이 되면, LED 조명이 켜지는 베개를 만들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거든요. 다만, 최근 천연화장품이 너무 재미있는 것이 문제죠. 배게 만들기에 집중해 보려고 노력도 했지만, 점점 어렵게만 느껴지거든요.

대구팀 코칭을 위해 깜짝 방문한 이지선 교수는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이 강력한 동기부여”라고 설명합니다. “메이커 교육에서 팅커링(tinkering, 땜질이라는 의미)은 중요합니다. 팅커링은 아이디어를 계속 수성하고 보안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이죠. 이 과정을 통해, 그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 가지 프로젝트를 꾸준히 해내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서윤이는 고민 끝에, 천연화장품 케이스를 개발해보기로 했습니다. “천연화장품은 방부제가 없어 금방 상하기 때문에, 기간 안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쉽게 사용기간을 알려주는 화장품 케이스를 만들어 보려고요. 엄청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 모습을 지켜보면 양정화 멘토는 “서윤이 얼굴이 밝아졌네요.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만들게 해야 하는데, 엄마들은 그게 잘 안 된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고 방법을 찾아가도록 기다려주는 것을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자동으로 적정 조도를 맞춰주는 조명을 만들고 있는 호근이는 "학원에서는 정해진 답을 찾는데, 여기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것에 따라 답이 수 없이 많아져요. 처음 생각했던 방법으로 만들려고 정보를 찾다가, 생각도 못한 전혀 다른 방법을 알게되죠. 그게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형민 리더멘토는 “우리팀이 뭔가 어설프지만, 열정은 대단해요. 벌써부터 다음 프로젝트를 걱정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내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낙하산이 달려있는 드론 김유찬( 대구 옥산초 5)

"추락하는 드론이 망가지지 않게 착륙하도록 낙하산이 달린 드론을 만들고 있어. 낙하산 부분을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실험을 해봤는데, 이지선 교수님이 낙하산 재질에 대한 실험도 필요하다고 해서 다시 낙하산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볼 생각이야."

휴대용 LED 조명 장진혁(대구 성곡초 4)

"동생이 밤에 화장실 가는 걸 무서워해서 생각했어. 센서를 연결해 불 켜줘 하고 외치면 불이 켜지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어. 일단 LED 조명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아두이노 강좌를 보고 있어."

알아서 밝기를 조절해주는 조명  김호근(대구 대륜중 2)

"주변 밝기를 감지해 눈에 좋은 조도로 조절해주는 조명을 만들고 있어. 지금은 회로를 연결 중인데, 저항값 읽는 방법을 몰라서 애먹고 있는 중이야."

드론 조명 김세현(대구 고산초 6)

"나를 따라다니는 드론 조명을 만들고 있어. 드론이 나를 따라다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인데, 옷에 센서를 붙여 따라다니게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자료를 찾아보고 있어."

반짝거리는 무지개  이승희(대구 성곡초 4)

"미니어처 무지개에 불이 들어와 반짝거리는 걸 만들 거야. 클레이를 활용해 외형을 만들고 LED 등을 넣어 조명으로도 쓸 수 있지. 외형은 거의 다 만들었고, 이제 LED등만 넣으면 돼."

오서윤(대구 노변초 6) 천연화장품 케이스

"원래  LED 베개를 만들려고 했는데, 프로젝트가 바꿨어. 요즘 푹 빠져있는 천연화장품 전용 케이스를 만들 생각이야. 아직 설계 단계에 있어서 확실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사용기간이 되면 용기의 색이 변하게 만들어볼 생각이야."

김체나(대구 세천초 4) 불이 들어오는 토끼집

"토끼가 사는 집을 만들 건데, 토끼를 터치하면 집 위에 달린 조명에 불이 들어오는 거야. 그리고 2층에는 노래가 나오고. 지금까지 유투브 영상을 통해 3D모델링을 배우고 디자인 작업을 했어. 이제 재료가 오면 본격적인 제작을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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