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깊은 개입 꺼리는 눈치|KAL기 실종사건 현지취재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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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음독사실 조작설도>
이슬람국가인 바레인에서는 금요일인 4일이 휴일이어서 모든 관공서가 휴무했고, 따라서 이날 있을 예정이던 정부 공식발표도 미루어졌고 병원측의 의료보고서만이 3일자로 찍혀져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큰 사건에 휘말려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여온 기자들은 익숙지 않은 주중휴일에 뉴스원 마저 완전히 막혀 취재진 주변에는 온갖 루머와 유언비어만이 난무.
그 중에는 BDF병원에 입원중인 「하치야·마유미」가 보다 안전한 제3의 장소로 옮겨졌느니, 한국이 신병인도를 공식 발표하여 BBC방송이 이를 보도했다느니,「마유미」의 음독소동은 처음부터 조작된 것으로 결국 그녀가 「신이치」를 살해한 것이라는등의 내용도 있어 그런 소문이 나돌 때마다 이를 확인하려는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마유미」의 제3장소 보호설은 병원이 공개된 장소로 안전한 곳이 되기에 적합치 않고 그녀가 더이상 입원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만큼 상태가 호전되었다는데서 상당한 설득력을 지녀 기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으나 그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음독소동 조작설은 BDF병원으로 옮기기 전의 의료기관인 술마니아 병원의 의사이름이 직접 인용되어 그 같은 사실을 밝힌 것처럼 나돌았고, 그 배경으로는 「마유미」자신의 의도적인 조작 또는 바레인 당국이 취재진과 관련국들의 압박을 피해 자체 수사에 필요한 시간여유를 갖기 위해 조작했다는 설등이 분분.

<일대사관 취재 비협조>
○…한국대사관과 마찬가지로 바레인에 특파된 취재진들에게 평소 긴밀한 취재지원을 해오던 일본대사관측이 4일하오 뉴스 브리핑때부터는 종전의 태도를 돌변, 무엇인가 사태의 변화가 있음을 강력히 시사.
일본취재진들은 이날하오3시 「나쓰메」대리대사와 회견을 가졌으나 대사관내에서의 카메라사용마저 금지 당했고 한국관계를 질문하면 『그것은 한국대사관에 물어보라』, 또 바레인당국의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바레인당국의 일에 대해서 언급할 입장이 못된다』는등 철저히 봉쇄당해 일부 기자들은 취재를 포기한 채 화를 내며 돌아갔다.
일본대사관측이 이처럼 태도를 돌변한데 대해 일부에서는 일본이 처해있는 미묘한 입장 때문에 가능한 한 이번 사건에 더이상 깊이 개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 그것은 예를 들어 「마유미」를 일본이 넘겨 받게될 경우 한일관계는 물론 북한-일본의 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우려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마유미」는 KAL기 추락사건 혐의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한국측에 인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이곳서는 보고 있다.

<한국서 특사파견 추측>
○…한국대사관의 정해융대사는 4일 한국정부가 이사건과 관련, 바레인에 특사를 파견할지도 모른다고 언급, 신병인도등을 둘러싸고 당사국간에 고위접촉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
그는 공관장회의 참석차 서울에 함께 갔던 측근으로부터 그 같은 소식을 들었다고 했으나 그의 이 같은 발언은 4일 한국측에 전달된 2명의 용의자들에 대한 신원과 국적이 확인되어 이를 바레인측에 직접 통보하고 신병을 인수해 가기 위한 말 그대로의 「특사」가 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식사자리까지 확인>
○…바레인당국은 외신기자들에게 한편으로는 취재편의를 제공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철저한 감시를 계속.
바레인 당국 요원들은 기자들이 호텔문 밖으로 나서기만하면 따라와 동행하며 심지어는 외부에서의 저녁식사자리까지 일일이 확인.
또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 경우에는 『허가 없이 사진을 찍다가 발각되면 그 즉시 공항으로 데려가 추방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바레인에서는 전에도 여러번 사진 촬영 때문에 감옥에 갇히거나 곤욕을 치른 외국인이 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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