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머물러 있으라'...런던 아파트 참사 부른 안내판

영국 그렌펠 아파트 화재 참사. [사진 트위터 영상 캡처]

화재 참사가 발생한 영국의 그렌펠 아파트가 '가만히 있으라'는 내용의 화재 대응방침을 주민들에 안내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 인디펜던트 등 언론이 생존자의 증언 등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이클 파라마시반은 그의 여자친구, 어린 딸과 함께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7층에 살고 있었다. 사고 당시 그는 '아파트에 머물러 있으라'는 지시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우리가 아파트에 머물렀었다면, 우리는 죽었을 것"이라며 "내 본능은 여자친구와 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라고 외쳤다. 나는 연기 때문에 딸을 감싸고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고가 난 아파트를 관리해온 회사는 지난 2014년 주민들에 '다른 지시를 듣기 전까진 오랫동안 유지해온 '실내에 머무른다'(stay put)는 지시가 적용된다'는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배포했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탈출하지 말고 집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권고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도 "'실내 머물러 있으라'는 권고는 잘못된 권고"라며 아파트의 이같은 대응 방침을 비판했다.

칸 시장은 "다행히 주민들이 이 권고를 따르지 않고 탈출했다. 이것은 대답이 필요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런던에 많은 시민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며 "잘못된 권고나 건물 유지 부실 때문에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화재 참사가 발생한 영국 그렌펠 아파트의 화재 발생 시 대응 요령.

아파트 주민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 업체는 사고 발생 시 행동요령으로 '만일 당신이 집안에서 안전하고 아파트 다른 곳에서 화재가 난 경우 현관문과 창문을 닫은 채 우선 안전하게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편 현지 경찰에 따르면 그렌펠 아파트에서는 이번 화제로 6명이 사망했다. 앞으로 수습 과정에서 사망자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