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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도종환, 동북아지도 폐기 주도했다는데 … 당시 여야 의원 7명이 지도 문제점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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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도종환(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역사관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역사학계의 지적처럼 도 후보자는 사이비역사 추종자인가. 본지는 도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활동한 2015∼2016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동북아특위) 회의록과 도 후보자가 개입해 중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동북아역사재단의 동북아역사지도 편찬사업 조사자료를 입수해 검토했다.

특위회의록·심사보고서 등 살펴보니 #재단 측은 “D등급 받아 폐기 당연” #학계선 “사이비역사 주창자들 입김”

◆역사관 논란 발언 있었나?=도 후보자는 의정활동 중 5차례 회의에서 모두 8차례 관련 발언을 했다. 학계 통설과 다른 주장을 6차례 했고 역사지도 사업을 비판하고 중단할 것을 2차례 요구했다.

도 후보자는 중국 한나라의 행정구역인 한사군(漢四郡)의 위치가 중국 요서지방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학계의 일치된 의견은 한사군 평양설이다. 학계는 한사군 요서지방설을 유사사학계 또는 사이비사학계의 억지 주장이라고 단정한다.

2015년 4월 국회에서 역사지도 사업에 관한 동북아특위가 열렸다. 여야 의원 11명과 교육부·역사재단 등 정부 관계자 8명, 임기환(서울교대 교수) 편찬위원과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이날도 도 후보자는 한사군의 위치를 지적했다. 그러나 역사지도를 문제 삼은 의원은 모두 7명이었다.

“2008년부터 47억2160만원의 재정이 투입된 역사지도에 이렇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니 참담하다.”(김세연 바른정당 의원), “중국 동북공정이나 일본 식민사관의 내용을 입증하는 결과물이 되고 있어 우려된다.”(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 “사업을 당장 중지하고 팀을 전부 새로 짜야 한다.”(최봉홍 전 새누리당 의원) 동북아특위 위원이었던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당연한 의정활동이었다”며 “역사지도에 다른 의견도 포함하라고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북아특위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려는 국회 차원의 대응이었다. 재단의 설립 취지도 같았다.

역사학계의 인식은 다르다. 하일식(연세대 교수) 한국고대사학회장이 지난 4일 한국고대사학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일부다. “동북아특위가 사이비역사 주창자들을 국회로 불러들여 목소리를 높일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여야 의원이 함께 역사학계를 ‘식민사학에 찌든 카르텔’로 낙인찍었다. 그 중심에 도종환 의원이 있었다.”

◆도종환 측 “당시 야당, 무슨 힘 있었겠나”=역사지도 사업은 2008년에 시작됐다. 재단이 연세대·서강대 산학협력단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공모 신청자가 한 곳뿐이었으나 재공모 없이 선정한 사실이 2016년 교육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재단은 2015년 4월 역사지도 출판 불가를 결정했고 이듬해 재심의 뒤에도 출판 불가 판정을 내렸다. 교육부는 편찬위원 4명에게 5년간 국책사업 신청 제한 징계를 내렸고 부당사용 사업비 10억8600여만원의 회수를 명령했다. 재단도 16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에 맞서 산학협력단은 재단을 상대로 심사처분 취소 청구소송 등 소송 3건을 제기했다. 임기환 편찬위원의 반박이다. “지리학자들이 평가한 재심의에서만 탈락했다. 이전 심사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사업비 부당사용 지적도 인정할 수 없다. 매번 절차에 따라 지출했다.”

재단은 역사지도 폐기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재심의에서 역사지도는 44점(100점 만점)으로 D등급을 받았다. “절대 출판 불가” “수정·보완도 불가능한 상태” “국제적 기준을 전혀 갖추지 못함” 등 심사위원 5명의 총평도 일관됐다. 역사지도 심의에 참여한 재단 연구위원의 증언이다. “내용은 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지도가 아니라 역사책이었다. 지도가 아닌데 무슨 내용을 심사하나. 재심의 전에는 역사학자들이 주도해 심사했다. 재단이 제대로 관리를 못했다.”

재심의 개입 의혹에 대한 도 후보자 측의 반응은 간단했다. “박근혜 정부 때 일이다. 야당 의원이 무슨 힘이 있었겠나?”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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