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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성화” vs “자연환경 훼손” … 외줄 타는 케이블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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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수려한 한려해상공원의 풍광을 내려다 보며 즐기는 경남 통영 한려수도케이블카는 국내 케이블카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사진 통영관광개발공사]

수려한 한려해상공원의 풍광을 내려다 보며 즐기는 경남 통영 한려수도케이블카는 국내 케이블카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사진 통영관광개발공사]

울산시·울주군이 공동 추진하는 ‘영남알프스 행복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최근 행정자치부 중앙투자심사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조건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때 의견수렴,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때 타당성 조사 수행 등 2가지. 울산시 등은 정부의 1차 관문을 통과했다며 반색하고 있다.

신설 놓고 전국 곳곳서 마찰음 #영남알프스 조건부 심사통과 불구 #반대측 이의제기로 사업추진 난관 #경남·전남·전북 지리산 유치경쟁 #설악산선 정부·지자체 법정 다툼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작성을 위해 지금껏 반대활동을 해온 반대대책위(공동대표 심규명·한상진)와 공동으로 동·식물 조사 등을 해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반대대책위는 울산시의 공동조사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사업추진의 근거 중 하나가 됐던 2015년 10월의 서명운동에 울산시장과 5개 구청장·군수, 담당과장 등 12명이 개입(직권남용)했다며 지난 3월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 아직 결론이 안 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공동조사가 이뤄져야 울산시 계획대로 다음 달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작성을 위한 민간업체 용역 발주가 가능한 상태다. 이어 중앙투자심사 2단계 심사도 받아야 한다.

2000년부터 추진된 행복 케이블카 사업은 영남알프스의 하나인 신불산 군립공원 내 복합 웰컴센터~간월재 동측 구간 상·하부 1.85㎞에 정류장·주차장 등을 만드는 것이다. 사업비는 495억원이다. 영남알프스는 울산과 경남 밀양·양산, 경북 청도에 걸쳐 있는 해발 1000m 이상의 신불산·간월재·재약산 등 9개 봉우리 일대를 말한다.

케이블카 설치를 놓고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곳은 영남알프스만이 아니다. 케이블카를 검토 중이거나 추진 중인 곳만 지리산·설악산, 춘천 삼악산 등 산악은 물론 경남 고성군 화진포, 경기도 화성시 제부도~전곡항, 경북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전남 여수 경도·목포 등 30여 곳에 이른다. 요즘은 아예 해상케이블카 설치가 유행하는 분위기다. 이들 대부분에서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려는 자치단체와 환경을 보호하려는 환경단체 간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행복 케이블카의 경우 연간 72만명(1일 2000명)이 이용하면서 연간 생산유발 539억원, 고용유발 913명이 가능하다고 울산시는 설명한다. 하지만 반대대책위 김형근 사무국장은 “신불산은 환경부가 생태 축으로 보호하려는 낙동정맥”이라며 “이미 많이 훼손됐는데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더욱 훼손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치단체간 케이블카 유치경쟁도 치열하다. 경남 산청·함양군, 전남 구례군,전북 남원시가 동시에 추진하는 지리산 케이블카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경남도는 산청·함양군 두 자치단체의 제안을 받아들여 산청 중산리~장터목~함양 추성리를 잇는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 중이다. 중산·추성리에 정류장 2곳을 만들고 장터목 아래에 전망대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2012년 6월 이후 세차례 환경부에 신청된 국립공원계획 변경절차가 모두 반려됐다. 경남도 관계자는 “자치단체간 치열한 유치경쟁 때문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케이블카의 적법성·경제성 등을 따져 선별 허가해야 하지만 지자체간 경쟁 등을 이유로 교통정리를 하지 않고 합의를 떠넘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는 모두 인근 시·군 단체장의 공약사업이다.

정부 절차를 넘지 못해 법정다툼도 벌어진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강원 양양군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 신청한 문화재 현상변경이 부결처리돼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양양군이 지난 3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문화재 현상변경 불허 가처분 취소 심판을 청구한 이유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오는 15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양양군과 문화재청, 전문가를 대상으로 심리를 한다. 이 심리 이후 9명의 심판위원이 양양군의 청구를 인용하면 케이블카 사업은 다시 추진할 수 있다. 기각되면 행정소송에서 이겨야 추진이 가능하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587억원을 들여 양양군 오색탐방로 인근에서 끝청봉 하단(해발 1480m)을 잇는 3.5㎞ 규모로, 끝청봉 정류장에 설악산 전망대를 만드는 사업이다.

울산·양양=황선윤·박진호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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