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공금을 '여친 아버지 수술비'로 쓰자는 가천대 과학생회장

중앙일보

입력

왼쪽 가천대학교 캠퍼스맵.

왼쪽 가천대학교 캠퍼스맵.

10일 '가천대학교 대나무숲'에 ㄱ 학과 학생회장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종강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이런 부탁을 해 개인적으로도 학생회장으로도 슬픈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ㄴ대 학술부장 ㄷ의 아버님이 6일 화요일 밤 11시경 뇌출혈로 쓰러지셨다”고 입을 뗐다.

10일 ㄴ대 학생회장이 올린 글. [사진 가천대학교 대나무숲]

10일 ㄴ대 학생회장이 올린 글. [사진 가천대학교 대나무숲]

그는 “회계장부 정리 중 춘계답사로 1,389,550원이 남았고, 180명 인원대비로 나눴을 경우 한 사람당 돌아가는 금액이 7천700원이다. 이 금액을 답사가 끝난 후 바로 돌려드리지 못한 건 교수님과 상의 후 학칙(7%의 예비금을 두어 예비활동을 사용한다)에 따라 남겨두었던 것”이라며 “이 금액을 춘계 답사를 위해, 학생회에 힘쓴 ㄷ을 위해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는 다음 문장에서 ㄷ이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밝히며 “개인적으로 도와주고 싶고 욕하더라도 받아들이겠다. 이렇게 해서라도 돕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주시고 조금이나마 작은 도움에 동의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어 “기부를 원치 않는다면 조장에게 말해 달라. 조장을 통해 무기명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학생회장이 올린 글에 달린 댓글.[사진 가천대학교 대나무숲]

학생회장이 올린 글에 달린 댓글.[사진 가천대학교 대나무숲]

글을 접한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작성자가 공금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며 “ㄷ 학우가 여자친구나 지인이 아니었다면 백만 원의 공금을 선뜻 사용하려 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렇게 돕고 싶으면 자기 돈을 쓰거나 모금하는 게 맞지 회비에서 떼 가는 건 아니다. ‘개인적인 일로 쓰는 게 아니’라는데 학생회장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돕고 싶은 게 개인적인 거 아닌가? 남은 회비로 도울 사람을 물어본 것도 아니고 안 도울 사람을 찾는다니”라며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학술부장 ㄷ씨가 작성한 댓글

학술부장 ㄷ씨가 작성한 댓글

해당 글이 공유되며 구설에 오르자 학생회장의 여자친구이자 학술부장인 ㄷ씨가 직접 댓글을 달았다. 그는 “엄청나게 긴 싸움이 될 것 같다. 당장에 돌아가셨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아빠가 3일이 지나도 잘 이겨내 주고 계신다”고 상황을 알렸다. 이어 “아무리 동기고 선후배라 해도 조금이라도 부담을 느끼는 분이 있다면 받고 싶지 않다. 원하지도 않는 돈 받았다 아빠에게 해가 될까 겁나는 마음 뿐”이라며 "조장분들이 메신저를 통해 잘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공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돌려준 후에 따로 모금을 하는 게 맞는 건데 남자나 여자나 그걸 모르는 것 같다”며 사적인 이유로 공금을 사용하려했던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을 지적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