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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의 미모맛집]22 평양냉면엔 소고기 육수? 꿩 알맹이 맛보면 생각이 달라질 걸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양주, 북한산 북서쪽 송추계곡이 공릉천과 만나는 지점에 소문난 냉면집이 있다. 바로 평양면옥(031-826-4231)이다. 송추계곡 유원지에서 좀 떨어진 송추IC 인근 대로변에 있다. 냉면 매니어들은 의정부와 서울 장충동에도 있는 평양면옥과 구분하기 위해 이 집을 굳이 ‘송추 평양면옥’이라고 부른다. 교통편이 좋지 않은 서울 외곽에 있는데도 이 집을 굳이 찾는 건 꿩냉면(1만원) 때문이다. 요즘은 꿩 육수를 쓰는 집이 드문 터라 고향 맛 그리운 실향민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경기도 양주의 송추계곡 인근에 있는 평양면옥은 꿩육수로 물냉면을 만드는 집이다. 

경기도 양주의 송추계곡 인근에 있는 평양면옥은 꿩육수로 물냉면을 만드는 집이다.

평양면옥 입구로 들어서면 ‘평양면옥 1980년 5월 3일 개업’이라고 쓰인 큰 액자가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37년 전인 1980년에 평양 출신인 고(故) 김영두·유정순 부부가 식당을 열었다. 개업일만 보면 누구나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거의 30년 세월이 지나서야 식당을 연 사연 말이다. 가업을 물려받은 아들 김용남(62)사장이 설명했다. “1960년 무렵 서울 덕수궁 옆에서 유정면옥이라는 식당을 하셨어요. 물론 냉면집이었지요. 그런데 얼마 뒤에 가게를 접으셨어요. 아버지가 공직에서 일하시게 되면서에요. 그리고 은퇴하신 뒤에야 경기도 양주에 다시 식당을 여셨지요.”

평양면옥 입구에 걸린 액자.

평양면옥 입구에 걸린 액자.

수십 년 세월은 흘렀지만 아내 유정순씨의 손맛은 여전했다. 평양에서 즐겨 해먹던 냉면과 다양한 이북 음식을 주 메뉴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평양면옥은 다른 냉면집과 마찬가지로 육수에 많은 공을 들인다. 소 양지와 사골을 먼저 푹 고아낸 뒤 메추리알 크기의 꿩 알맹이를 넣어 삶는다. 겨울에는 동치미를 섞어내기도 한다.
면발도 당연히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녹쌀(메밀 알곡)을 하루 전이나 그날 그날 제분해서 쓴다. 공장에서 기계로 빻은 메밀을 받아 쓰면 특유의 메밀 향이 사라져서다.

평양면옥 물냉면에는 메추리알 크기 만한 꿩 알맹이가 들어있다. 꿩 살코기와 뼈 등을 다져 만든 것이다. 

평양면옥 물냉면에는 메추리알 크기 만한 꿩 알맹이가 들어있다. 꿩 살코기와 뼈 등을 다져 만든 것이다.

요즘엔 흔히 보기 어렵지만 사실 예부터 이북에선 꿩 요리를 많이 먹었다. 냉면이나 만두 등에 꿩 고기와 뼈를 다져 넣으면 다른 별미가 따로 필요 없었다. 예전엔 뒷산에 널린 게 꿩이었다지만 요즘은 꿩 값이 결코 싸지 않다. 1마리를 잡아도 살이 딱 어른 주먹만큼만 나오는데 값은 1만5000원대란다. 그럼에도 꿩육수 때문에 이 집을 찾는 사람이 많아 레시피를 바꾸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꿩 알맹이는 꿩고기와 뼈·두부·양파 등으로 직접 다져 만든다”며 “바로 이 알맹이가 강한 감칠맛을 내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물냉면 국물을 한 모금만 들이켜도 여느 평양냉면집보다 진한 육수 맛이 느껴진다. 특히 꿩 특유의 새콤한 맛이 강하게 밀려온다. 면발에서는 진한 메밀향이 느껴진다. 구수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에서 계속 맴돈다. 슴슴한 냉면 맛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과하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맛이 강한 편이다. 매콤한 닭무침(1만5000원)과 돼지기름에 구워낸 녹두지짐(8000원), 김치로 소를 만든 손만두(8000원)도 인기다. 모두 정통 이북 음식이다.

냉면 말고도 이집은 손만두나 닭무침, 녹두지짐도 맛있다. 모두 정통 이북 음식이다. 

냉면 말고도 이집은 손만두나 닭무침, 녹두지짐도 맛있다. 모두 정통 이북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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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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