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북제재 동참에 노골적 불만 표출한 北, 핵ㆍ미사일 개발 위한 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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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개발에 반대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한 중국에게 “원수와 벗을 똑바로 구별하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지난 10일 내놓은 ‘조선 인민은 성명한다’는 1만4000자 분량의 글에서다.

'원수와 벗' 표현 써가며 중국에게 양자택일 메시지 보내 #1964년 중국 핵실험에 찬성했던 과거 언급하며 불만 표시

노동신문은 “주변의 한 국가(중국)가 미국의 전면적인 봉쇄와 핵위협 속에서 모래바람이 이는 고비사막에서 미국 놈이 우리를 얕본다, 허리를 쭉 펴기 위해,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해 원자탄을 만들자며 간고한 시련을 헤칠 때 우리 인민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열렬히 격려하고 옹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원수는 누구이고 벗은 누구인가. 그런 역사마저 다 외면하는 세월이라면 우리(북한)는 핵보다 더 강한 무기도 서슴없이 쥘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 1950년대말 미국의 해상봉쇄와 소련의 안보위협에 대응해 1962년부터 핵 개발에 나섰고, 1964년 10월 고비사막에서 첫번째 핵실험에 성공했다.

노동신문에 게재된 글은 북한이 중국 핵 개발에 찬성했던 과거의 역사를 거론하며 최근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 움직임에 불만을 표시하는 한편 향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중국에게 ‘원수와 벗’이라는 말까지 써가면서 중국에게 양자택일을 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 가능성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4일에도 ‘배신’이라는 표현을 동원하며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중국을 비난했고, 같은달 23일에도 “사상의 양보는 사회주의의 붕괴”라며 중국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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