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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구의 이상가족]⑤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상속'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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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갈등 일러스트 [중앙 포토]

고부갈등 일러스트 [중앙 포토]

 중앙일보 디지털 광장 '시민 마이크'가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어쩌면 힘들고, 아픈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웃고 울게 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그간 잊고 지냈던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랜 판사 경험을 살려 배인구 법무법인 로고스 가사·상속센터장(변호사)가 여러분의 고민을 함께 합니다.  배인구의 '이상(理想) 가족'은 매주 1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사연은 사례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 재구성·각색해 전달합니다. /시민마이크 특별취재팀

커피숍 냈다가 두 달만에 세상 뜬 남편 #시어머니 "남편 잡아먹은 며느리", 재산 포기 요구 #남편과 공동명의 전세금이 불화의 씨앗 #며느리 "상속 포기하면, 시부모님이 저를 이해할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주부입니다. 한 달 전 갑자기 남편이 세상을 떠나 아직도 제정신이 아닙니다. 6살 난 어린 딸 아이를 데리고 살아가자니 앞날이 막막합니다.

남편은 결혼할 때부터 건강한 편은 아니었어요. 그래서인지 저를 만났을 당시 회사에 다니고 있었던 남편은 조직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자기 사업, 특히 브런치 카페를 하고 싶어했어요. 하지만 사업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 계속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시부모님이 초기 자금을 빌려줄테니 카페사업을 해보라고 허락해주셨습니다.

남편은 신이 나서 카페가 들어가기 좋을 곳을 물색하였지만 남편이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곳은 임대료와 권리금이 무척 비쌌어요. 권리금이 없는 곳은 입지가 좋지 않아 적자가 날 것이 뻔해 보였구요. 경험이 없는데 초기에 큰 금액을 투자하려는 남편이 미덥지 못했는지 시부모님은 결국 시부모님 건물 1층에서 분식점을 하던 세입자를 내보내고 남편에게 사업을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남편은 다른 건물을 임차하여 하고 싶어했지만 임대료를 당분간 받지 않을테니 우선 조그맣게라도 시작하고 자리 잡은 뒤에 나중에 진짜 하고 싶은 곳에서 크게 사업을 하라는 시부모님 말씀에 수긍을 했죠.

'커피숍 사장님' 꿈 이룬 남편
카페 오픈 두달 만에 세상 뜨고, 남겨진 아내와 아이
아이 버리고 재혼할까 며느리에게서 등돌린 시댁

그 외에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남편은 커피 기계와 원두를 포함하여 카페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아르바이트생을 면접하면서 사업을 준비했고 드디어 석 달 전에 오픈했어요. 그런데 오픈하고 두달도 되기 전에 남편이 사망한 겁니다. 아무리 시부모님 건물에 가게를 차렸어도 집기 구입이나 인테리어 하는데 남편 퇴직금이 거의 다 들어갔고, 이제 남은 재산은 남편과 공동명의로 되어있는 아파트 전세보증금 3억원과 카페, 그리고 남편이 회사 다닐 때 보험회사 다니는 친구 부탁으로 들어준 종신보험뿐이에요.

저는 아이가 어려서 카페를 운영하는 것보다 차라리 카페를 임대하여 월 임대료를 받아 생활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사망하자 시부모님은 저를 "남편 잡아먹은 *"이라고 하시면서 카페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분식점을 하던 전세입자와 같은 액수의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내라고 하셨어요.

시부모님이 갑자기 왜 그러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며칠 전에서야 남편과 공동명의로 되어 있는 아파트 전세보증금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세보증금 3억원 중 남편 몫 1억5000만원을 저와 딸아이가 법정상속분대로 상속을 받으면 제가 9000만 원, 딸아이가 6000만 원을 받게 돼 결국 전세보증금 중 제 몫이 2억4000만 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신 거죠. 시부모님이 혹시나 제가 그 돈을 챙긴 후 딸아이를 버리고 재혼할까봐 그러시는 게 아닐까 의심하는 듯했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마당에 전 이제 딸 하나 의지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왜 못하시는지 원망스러웠습니다. 차라리 제가 상속을 포기하면 시부모님이 저를 이해해 주실까요? 그렇다면 저는 상속을 포기하고 제 딸아이가 전세보증금 1억5000만 원에 대한 권리가 생겨도 좋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멀티미디어 제작=조민아

멀티미디어 제작=조민아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남편과 사별하고 마음이 헛헛한데 시부모님이 힘이 되어주지는 않고 오히려 사례자분의 본심을 오해하니 그런 시부모님이 원망스러운 것은 충분이 이해됩니다.

시부모님도 아들을 잃고 많이 상심하셨을 겁니다. 처음에는 사례자분을 가엽게 여기셨을 텐데 아직 30대인 사례자분께 아이 키우면서 혼자 살라고 할 수는 없고, 당연히 재혼할 거라고 생각하니 이제 손녀가 걱정되신 거라 생각됩니다. 사례자분이 아이를 키우면서 홀로 늙어가든지, 재혼을 하든지 시어른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 가운데 되도록 많은 부분이 손녀의 학자금과 양육비로 쓰이길 바라는 것이겠죠.

만약 그렇다면 상속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적정한 비율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시부모님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보세요. 다만 상속포기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날로부터 3개월 내에 하셔야 하는 것은 알고 계시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은 사례자분이 지나가듯 언급한 종신보험 관련입니다. 만약 남편분께서 사망보험금을 받는 수익자를 사례자분으로 특정하여 계약을 체결했다면 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사례자분의 고유재산이기 때문에 사례자분이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사례자분이 지급받을 수 있답니다.

아무쪼록 남편을 잃은 슬픔을 딛고 씩씩하게 한 발씩 앞으로 내딛기를 빕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김종해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그대 앞에 봄이 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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