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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까만 육수, 육전 고명, 꿩 완자 … 별난 냉면 맛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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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냉면집이 붐비기 시작했다. 면스플레이너(‘면’과 ‘설명하다(explain)’를 결합한 말로 냉면에 대한 지식을 자랑하며 설명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일컬음)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시기라는 말이다. 이들은 소고기 육향이 강한 물냉면이 ‘평양냉면의 정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예부터 냉면 육수는 꿩·닭·돼지고기로도 만들어 먹었다. 평양 태생의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77)씨는 “평양에서도 소고기뿐만 아니라 꿩이나 닭을 함께 끓여 손님을 대접하거나 별미로 먹었다”고 설명한다. 올여름에는 한번 독특한 육수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전국 곳곳의 이색 냉면집 4곳을 소개한다.

대한민국 이색 냉면집 4곳

① 돼지고기 고명이 일품, 서울 부원면옥

서울 부원면옥. 육수가 독특하다. 우려 낸 사골 국물에 돼지고기를 삶아 내 유독 고소하다. [김성룡 기자]

서울 부원면옥. 육수가 독특하다. 우려 낸 사골 국물에 돼지고기를 삶아 내 유독 고소하다. [김성룡 기자]

옷가게 즐비한 서울 남대문시장 한복판에 60년 가까운 세월을 버틴 냉면집 ‘부원면옥(02-753-7728)’이 있다. 서울의 평양냉면 전문집치고는 퍽 저렴한 가격(물냉면 7500원)에 개성 있는 맛을 자랑한다. 그래서 가게 주인만 가업을 잇는 게 아니라 단골손님도 대를 이어 가며 이 집을 찾는다.

일각에서는 부원면옥이 돼지고기로 육수를 낸다고 오해한다. 제육 두세 점이 고명으로 올라와서다. 그러나 고현희(61) 사장은 “육수의 기본은 소 사골”이라고 말한다. 물론 돼지고기도 살짝 들어간다. 처음부터 넣는 게 아니라 냉면 고명과 무침용으로 쓸 돼지고기를 사골 국물에 삶아 내는 정도다. 이 과정에서 육수가 고소하고 달큰해진다. 고 사장은 “이북에서도 소고기와 사골로 육수를 내도 돼지고기 고명을 곁들여 먹는 문화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빈대떡(4000원)도 꼭 맛보자. 직접 짜낸 돼지기름에 바삭하게 구워 낸 녹두빈대떡이 아주 고소하다. 부원면옥에는 아는 사람만 시켜 먹는 비밀 메뉴도 있다. 제육 고명을 두툼히 얹어 주는 ‘특 물냉면’이다. 1500원만 더 내면 된다.

② 감칠맛 빼어난 꿩 육수, 송추 평양면옥

송추 평양면옥. 냉면 육수에 정답은 없다. 평양에서도 소고기와 사골 외에 꿩·닭·돼지고기를 넣어 국물을 만든다. [중앙포토]

송추 평양면옥.냉면 육수에 정답은 없다. 평양에서도 소고기와 사골 외에 꿩·닭·돼지고기를 넣어 국물을 만든다.[중앙포토]

경기도 양주, 북한산 북서쪽 송추계곡이 공릉천과 만나는 지점에 소문난 냉면집 평양면옥(031-826-4231)이 있다. 냉면 마니아들은 의정부와 서울 장충동에도 있는 평양면옥과 구분하기 위해 ‘송추 평양면옥’이라고 부른다. 교통편이 좋지 않은 서울 외곽에 있는데도 이 집을 굳이 찾는 건 꿩냉면(1만원) 때문이다. 요즘은 꿩 육수를 쓰는 집이 드문 터라 실향민이 특히 많이 찾는다.

이북 출신인 고(故) 김영두·유정순 부부가 1980년에 문을 열었고, 지금은 아들 김용남(62) 사장이 식당을 지키고 있다. 평양면옥 역시 육수에 공을 들인다. 김 사장은 “소 양지와 사골을 먼저 푹 고아 낸 뒤 꿩고기와 뼈·두부·양파를 다진 꿩 알맹이를 넣어 삶는다”며 “이 알맹이가 감칠맛을 내는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국물 한 숟갈만 맛봐도 꿩 특유의 새콤한 맛이 강하게 밀려온다. 면발도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녹쌀(메밀 알곡)을 하루 전이나 당일 빻아 메밀향 손실을 최소화한다. 이북식 초계탕(2만8000원)과 녹두지짐(8000원), 손만두(8000원)도 별미다.

③ 비밀스러운 검은 국물, 군산 뽀빠이냉면

군산 뽀빠이냉면. 냉면 육수에 정답은 없다. 평양에서도 소고기와 사골 외에 꿩·닭·돼지고기를 넣어 국물을 만든다. [중앙포토]

군산 뽀빠이냉면. 냉면 육수에 정답은 없다. 평양에서도 소고기와 사골 외에 꿩·닭·돼지고기를 넣어 국물을 만든다. [중앙포토]

미식 도시 전북 군산에는 63년 내력을 자랑하는 뽀빠이냉면(063-446-1785)이 있다. 이북 출신 고(故) 정신국 할머니가 1954년 군산터미널 인근에 ‘원조평양냉면’을 연 게 출발이다. 60년대 들어 만화 ‘뽀빠이’가 인기를 끌면서 간판을 바꿨다. 이 집 역시 물냉면 육수 색은 거무튀튀하다. 간장에 천일염과 비밀스러운 온갖 재료를 넣고 달인 ‘간장소스’로 간을 맞추기 때문이다. 면발 위에는 닭 가슴살과 돼지고기 제육 두세 점을 고명으로 얹는다. 모두 육수를 내는 데 쓴 고기다.

정 할머니의 손자인 김태형씨는 “이북에서는 집집마다 다른 방식으로 냉면을 해 먹었는데 할머니는 예전부터 이 방식을 고수했다”며 “군산에서는 이북보다 음식을 좀 더 자극적으로 먹다 보니 할머니가 사람들 입맛에 맞춰 변주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메뉴는 단출하다. 물·비빔냉면(7000원)과 왕만두(4000원)가 전부다. 식재료·인건비 상승으로 고민도 했지만 일단 올해까지는 이 가격을 유지한단다.

④ 해산물 넣어 소바 닮은 맛, 진주 하연옥

진주 하연옥. 경남 진주에서는 해산물까지 넣어 국물을 낸다. [중앙포토]

진주 하연옥.경남 진주에서는 해산물까지 넣어 국물을 낸다. [중앙포토]

국물 맛 독특하기로 따지면 진주냉면만 한 게 없다. 소고기뿐 아니라 해산물을 듬뿍 넣고 국물을 끓여서다. 진주냉면의 역사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데 브랜드로 자리 잡은 건 비교적 최근이다. 진주냉면집 중에서도 진주시 이현동 하연옥(055-746-0525)이 가장 인기다. 하연옥은 1945년 ‘부산식육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창업자인 황덕이(88) 할머니의 막냇사위 정운서(58) 사장이 냉면 기술을 전수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하연옥 물냉면(8000원) 육수는 소 사골·사태와 함께 멸치·새우·밴댕이·다시마·바지락 등을 넣고 푹 우려낸다. 육수를 내는 데만 3일이 걸린단다.

오이, 무, 삶은 달걀, 노른자 지단이 고명으로 올라가는데 화룡점정은 소고기 육전이다. 소고기 살코기에 달걀옷을 입혀 부쳐 낸 전이 냉면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국물 맛은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일본식 우동이나 메밀소바 느낌이 난다. 비빔냉면(9000원)에도 물냉면과 똑같은 고명을 얹어 준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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