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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결별 휠라, 골프용품 영업 ‘독립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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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휠라골프가 백화점 영업을 포기하고, 홀세일과 온라인몰 중심으로 유통채널을 전환하기로 했다. 백화점으로부터의 ‘독립 선언’이다. 현재 백화점에 입점한 20곳 중 일부는 당장 다음 달부터 철수할 계획이다. 휠라골프의 임노상 사업부장은 “홀세일 전환은 수익성 제고를 넘어 향후 국내 신규 골프 시장 확장을 위한 차별화된 전략”이라고 말했다.

편집 매장, 자체 온라인몰에 주력 #수수료 부담 없애 수익성도 제고 #백화점 우산 벗어나 순항 여부 관심

휠라골프가 겨냥한 홀세일 채널은 골프 의류 전문점과 아웃렛, 골프장 클럽하우스 등 편집매장(Multi Store)이다. 여기에 휠라코리아 자체 온라인몰도 함께 가동한다. 골프 편집매장은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선 일반적이다.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홀세일 본부를 신설했으며, 골프를 제외한 부문에서 효과를 매출 신장 효과를 봤다.

임 부장은 “홀세일 전환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해 휠라골프도 같은 방식의 유통 채널 변경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휠라골프의 ‘백화점 이탈’은 매출 하락이라는 이유도 작용했다. 백화점 매장 20개를 포함해 32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휠라 골프의 지난해 매출은 135억원으로 매장당 월평균 매출은 3000만원 선이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매출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수수료가 비싼 백화점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 또 골프 편집매장 등 홀세일을 통해 새로운 유통 채널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자는 전략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휠라골프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A씨는 “백화점서 장사가 안돼 밀려나는 브랜드는 많지만, 휠라 골프는 자발적으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휠라골프의 결정에 대해 “백화점은 매출의 30% 이상이 수수료로 나가는데, 그만큼의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백화점과 의류 브랜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나 신규 론칭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은 ‘갑 중의 갑’이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라는 간판을 이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가두점·아웃렛 등으로 점포 수를 늘려나가는 방식이 공식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백화점 우산을 벗어난 휠라 골프의 변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업계는 홀세일과 온라인몰 중심의 유통 채널 또한 녹록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골프존의 의류사업 부문 황운태 사업부장은 “현재 크고 작은 골프의류브랜드는 100여 개 달한다”며 “유통 채널도 중요하겠지만, 브랜드 차별화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막상 홀세일 업체, 즉 골프 전문 편집매장이 많지 않다는 점도 고민이다. 지난해 가을 론칭한 골프애비뉴도 매장이 5군데에 불과하다.

휠라골프가 자사가 갖고 있는 다른 골프 브랜드와 함께 온라인몰 등 협업을 진행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유명 골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를 보유한 아쿠쉬네트를 인수했다. 아쿠쉬네트의 매출에 힙입어 휠라코리아 1분기 연결 매출은 6537억원, 영업이익은 48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00% 이상 급증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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