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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자, 부동산 광고] ④ 신축 빌라 실입주금이 0원?…형사처벌에 신용불량 될 수도

중앙일보

입력

최근 몇 년 새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인기가 높아진 빌라(villa).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싼 덕에 전세 난민들의 내 집 마련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업(UP) 계약서’ 작성한 뒤 분양가의 100% 대출 #빌라 장점 많지만 환금성 낮아 신중히 접근해야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최근 신축 빌라도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데요,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수도권에서만 빌라(다세대·연립주택) 2만4952동이 새로 건립됐습니다. 지난해 지어진 빌라는 9945동 10만1899가구에 이릅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등 서울·수도권 주택가를 지나다 보면 신축 빌라 분양 플래카드 등을 쉽사리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축 빌라 홍보물 중 주택 수요자들의 눈길을 끄는 문구가 있습니다. ‘실입주금 0원’ 혹은 ‘실입주금 1000만~2000만원’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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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하자면, 1000만~2000만원만 있으면 신축 빌라를 구매하고 입주까지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주로 집값이 싼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인천 지역에 이런 홍보물이 많은데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재계약 시점이 되면 수억원씩 올라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무주택 실수요자의 눈길을 확 끌 만한 문구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실입주금이 1000만~2000만원, 혹은 한 푼도 안 드는 걸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빌라는 대개 다 짓고 난 뒤 분양을 하는 예가 많은데, 이런 후(後)분양 빌라를 계약할 때 분양 계약서상 분양가를 실제 분양가보다 20~30% 비싸게 적는 겁니다.

이른바 ‘업(UP)계약서’를 쓰는 것인데 이 업계약서를 근거로 법무사 등을 동원해 은행에서 대출을 분양가의 60~70%까지 받는 식입니다. 예컨대 1억3000만원짜리 빌라를 산다고 가정하면, 분양 계약서상 분양가를 1억7000만원으로 쓰고 이 계약서를 근거로 은행에서 집값의 80%에 가까운 1억3000만원까지 담보대출을 받는 겁니다.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축 빌라 분양 플래카드. 실입주금이 2000만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포토]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축 빌라 분양 플래카드. 실입주금이 2000만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렇게 하면 실제 분양가의 10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겠죠. 사실상 돈 한 푼 없이 신축 빌라에 입주할 수 있는 겁니다. 한 빌라 분양업체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집값이 비싼 편이어서 실입주금이 적어도 1억~2억원은 있어야 하지만 고양시나 부천시 등지에선 한 푼도 안 들이고 입주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빌라는 대부분 30가구 이하여서 사업·분양 승인을 받지 않아도 돼 업계약서를 통해 분양가를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현행법은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만 사업·분양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죠.

30가구 이하여서 사업·분양 승인 대상은 아니지만 이 같은 업계약서는 엄연히 불법입니다. 허위 서류로 담보대출을 받는 만큼 적발되면 계약 취소는 물론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문제는 처벌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출을 집값의 100%까지 받으면 ‘하우스푸어(집 가진 거지)’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당장 은행 대출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가격이 잘 오르지 않고, 되팔기도 쉽지 않은 빌라를 집값의 100% 가까이 대출을 받게 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계약자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입주 후 금융회사에서 실제 가격을 알게 되면 대출금을 회수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요.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換金性)이 떨어지기 때문에 원하는 시기, 원하는 가격에 팔기 어렵습니다. 경찰이 최근 이 같은 수법으로 불법 대출 등을 일삼은 법무사 등을 붙잡았는데요, 이들에게 당한 무주택자 가운덴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신축 빌라를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대출만 받지 않는다면 전세 난민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건축·평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 비해 편의성도 높아졌고, 주차장이나 보안시설을 갖춘 곳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신축 빌라를 계약할 땐 분양가는 적정한지, 향후 처분이 가능할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변 빌라보다 훨씬 비싼 예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교통·교육여건은 물론 주차·보안 등이 잘 갖춰진 빌라를 선택해야 나중에 팔기도 수월하겠죠?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빌라는 건축법상 다세대주택·연립주택을 말합니다. 다세대·연립주택은 4층 이하 공동주택입니다. 공동주택 중 5층 이상이면 아파트이고요, 4층(필로티 제외) 이하면 다세대주택(연면적이 660㎡ 이하)이나 연립주택(연면적이 660㎡ 초과) 중 하나입니다. 공동주택이므로 아파트처럼 각 가구의 구분 등기가 됩니다. 집집마다 주인이 따로 있다는 얘기입니다. 시장에선 바로 이 4층 이하 주택을 빌라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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