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배상금 142억 빼돌린 변호사, 탈세·주가 조작 연루 의혹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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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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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주민 1만여명의 공군 비행장 소음피해 손해배상 소송을 맡아 승소하고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142억원의 지연이자를 떼먹은 변호사가 탈세 혐의와 주가 조작 연루 의혹까지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한국일보는 서울남부지검이 T법무법인 대표 최모(56) 변호사의 조세포탈 혐의를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부당하게 챙긴 소득 142억원을 세무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변호사는 사무실 직원 등 측근들 명의의 계좌로 지연이자를 송금한 뒤 마치 소송 원고들에게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으며 송금한 돈을 직원들을 시켜 서울 강남 일대 현금인출기를 돌면서 찾아오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변호사가 빼돌린 돈 가운데 거액이 코스닥 상장사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으로 올 3월 구속기소 된 시세조종꾼 김모(52)씨 측 계좌로 흘러 들어간 내역도 발견됐다.

최 변호사는 2011년 3월 대구 공군 비행장 소음피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긴 주민 1만384명의 판결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성공보수 외에 주민들이 받아야 할 지연이자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04년 7월 주민들과 위임계약을 맺고 소송에 나선 최 변호사는 2007년 8월 서울중앙지법 재판에서 이기고 2010년 12월 서울고등법원이 피고인 국가의 항소를 기각함에 따라 승소가 확정됐다.

국방부로부터 판결금 362억여원을 받아낸 최 변호사는 돈의 배분을 준비하던 중 소송이 6년 동안 진행돼 주민들이 받을 승소 원금의 지연이자가 대폭 늘었고 주민들은 이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지연이자를 떼먹기로 마음먹은 최 변호사는 판결금의 16.5%인 자신의 성공보수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 중 지연이자 142억여원을 빼돌렸다.

최 변호사는 횡령과 탈세 등 혐의와 관련해 "계약서를 위조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검찰이 기소한 지연이자 횡령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 탈세 부분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주가조작 연루 의혹 역시 "구속된 김씨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것은 맞지만 주가조작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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