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한·미정상회담엔 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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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1포대는 통상 발사대 6기로 이뤄진다. 발사대 하나당 8발의 요격미사일이 담겨 있어 1포대는 모두 48발로 구성된다. 하지만 지난 4월 26일 주한미군 사드 체계 배치 부지인 경북 성주골프장에는 사드 발사대 2기만 배치됐고 나머지 4기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경기도 오산 미군기지에 보관돼 있다”고 했다. 2기만 배치한 것에 대해 군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고려했고 성주군민의 반대가 심해 추가 배치시기를 놓고 고심했다”고 설명했다.

성주 1개 포대, 발사대 6기로 완성 #미, 4기 추가 시기 고심하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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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사드 포대는 현재 정상 가동되고 있다. 실제 지난 14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했을 당시 주한미군은 이를 탐지해 우리 군에 통보했다. 사드 포대의 발사대가 2기냐, 6기냐는 전략적으론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발사대와 요격미사일 숫자가 늘어날수록 적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응 능력은 당연히 향상된다. 더 많은 미사일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배치된 사드 포대의 철수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 철수되느냐에 따라 한·미 관계에 치명상을 가할 수도 있는 폭발력 있는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회 비준 동의를 주장했지만 취임 이후 “사드 체계 배치 추진 절차에 민주성이 결여된 만큼 국회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수위를 조절한 배경이기도 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절차적 문제가 드러나면 사드를 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거냐”는 질문에 “이후 문제에 대해선 당장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6월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이번 지시가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비용 부담’과 문 대통령의 ‘국회 논의 필요’라는 기존 입장 차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측 고위 인사들은 사드 체계 배치 문제를 한·미 동맹 강화의 가늠자로 인식하는 흐름이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25일 한 세미나에서 “국가 안보라는 것은 넉넉한 시간이 허용되는 게 아니다”며 새 정부의 국회 논의 방침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29일 방한한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원장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만나 “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는 한·미 동맹의 결정이자 한·미 동맹을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외교가 소식통은 “이번 조사 지시는 결과와 상관없이 정상회담에는 일정 부분 악재”라고 말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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