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만 인공지능에게 양보할 일이 아닌 듯하다. 교회의 미래도 AI와 로봇에게 맡겨질 지도 모른다. 독일의 작은 마을인 비텐베르크에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500년만의 도전이 시작됐다고 가디언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5개 국어로 복음을 전하며, 손에서는 빛이 나오는 로봇 목사 블레스유투(BlessU-2)가 열흘 전 공개된 것이다. 이 로봇의 등장은 교회의 미래와 인공지능의 잠재력에 대한 토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개발됐다.
독일 비텐베르크에서 등장한 로봇 목사 BlessU-2 #신도들은 5개국어로 원하는 축복 받을 수 있어 #중국의 로봇 스님에 이어 새로운 논란 거리
비텐베르크는 루터의 종교개혁 중심이 된 도시다. 루터하우스와 루터박물관 수도원이 있는 고장이다. 면죄부에 대한 공개 토론을 제안한 루터의 95개 테제가 이 도시에서 나왔다. 오는 9월이면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식이 열릴 예정이다. 이 로봇도 종교개혁 500주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준비한 '세계화와 디지털화' 관련 전시에서 공개됐다.
헤센나사우 교회의 스테판 크렙스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기계로 축복받는 게 가능한지, 아니면 인간이 필요한지를 사람들이 생각해보길 바랐다는 것이다. 크렙스는 "거리에서 만난 이들은 호기을 보이고 놀라며 흥미를 가진다"면서 "교회 내부에서도 어떤 이들은 인간 목회자를 기계로 대체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로봇의 가슴과 두 팔, 머리에는 터치 스크린이 있다. 신도들은 독일어·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폴란드어 중 하나, 남성 혹은 여성의 목소리를 선택해 축복을 받을 수 있다. 원하는 축복의 종류까지 선택을 마치면 로봇 목사는 팔을 들어올리고 빛을 쏘며 성경 구절을 암송한 뒤 "신의 축복과 가호"를 전한다. 배경음악도 흘러나온다. 고장이 나면 백업 로봇을 사용할 수 있다.
크렙스와 그 동료들은 로봇에 대한 반응을 수집하고 있지만, 유럽 전역의 목회자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건 아니라고 한다. 교회의 사역에 로봇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으며, 다만 기계에 대한 신학적 관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로봇 사제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의 한 불교 사찰에서는 불경을 외우고 교리의 기본을 설명하는 로봇 스님 시아너를 내놓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