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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힐만 감독은 왜 김보성으로 변신했을까

중앙일보

입력

"의리!"

27일 인천 LG전 뒤 배우 김보성 분장을 하고 나타난 힐만 SK 감독. [사진 SK와이번스]

27일 인천 LG전 뒤 배우 김보성 분장을 하고 나타난 힐만 SK 감독. [사진 SK와이번스]

2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LG와 경기가 끝난 뒤 1루측 SK 홈 관중석이 들썩였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배우 김보성(51)처럼 분장을 하고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검은색 가죽잠바에 가죽바지, 부츠, 선글라스까지 영락없는 김보성의 모습이었다.

스포테인먼트 10주년 기념으로 팬들과 약속 #2007년엔 이만수 수석코치가 '팬티 러닝'

SK는 2007년 스포츠(sports)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합성한 스포테인먼트를 기치로 내걸었다. 당시 수석코치였던 이만수 전 감독은 "10경기 내에 만원 관중이 들어차면 팬티만 입고 야구장을 뛰겠다"는 약속을 했다. 실제로 5월26일 KIA전에서 매진이 되자 5회 말 클리닝 타임 때 팬티를 입고 그라운드를 한 바퀴 뛰었다. 모기업의 지원을 통해 그룹 홍보에 전념하던 야구단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문학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차면 팬티만 입고 경기장을 돌겠다"고 약속했던 프로야구 SK의 이만수 수석코치가 KIA와의 홈경기가 열린 26일 팬티만 입고 인천 문학구장을 달리면서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문학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차면 팬티만 입고 경기장을 돌겠다"고 약속했던 프로야구 SK의 이만수 수석코치가 KIA와의 홈경기가 열린 26일 팬티만 입고 인천 문학구장을 달리면서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SK는 스포테인먼트 10주년을 맞아 27일 LG전이 매진(2만5000석)될 경우 힐만 감독이 분장을 하고 팬들에게 나타나기로 약속했다. 아쉽게도 이날 경기엔 2만3026명이 입장했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준비했던 분장을 하고 관중석을 찾았다. 감독이 앞장서자 선수들도 동참했다. 간판선수인 최정은 아이언맨 복장을 하고 나타난 뒤 가면을 벗었다. 투수 윤희상은 드라마 도깨비의 주인공인 공유와 같은 의상을 입고 나타났다. 그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 공유기를 품에서 꺼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힐만 감독과 선수들은 대표 응원가인 '연안부두'도 따라불렀다. 팔꿈치 수술 뒤 재활중인 투수 김광현은 팬들 앞에서 인사를 하기도 했다.

28일 경기 전 만난 힐만 감독은 "팬들이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또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우스꽝스러운(stupid) 모습을 또 할 수 있다"고 웃었다. 힐만 감독은 "사실 김보성 씨가 어떤 캐릭터인지 전혀 몰랐다. 만약 경기에서 졌더라도 약속대로 이벤트를 했을 것이다. 승패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구단이 이날 이벤트에 참여해준 선수들에게 선물을 건네자 선수들이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27일 인천 LG전 뒤 배우 김보성 분장을 하고 나타난 힐만 SK 감독, 아이언맨 분장을 한 최정, 캡틴 아메리카 김동엽, '도깨비'의 공유를 흉내낸 윤희상, '한무스'가 된 한동엽, 일본 개그맨 피코타로처럼 'PPAP'에 맞춰 춤을 춘 김주한. [사진 SK와이번스]

27일 인천 LG전 뒤 배우 김보성 분장을 하고 나타난 힐만 SK 감독, 아이언맨 분장을 한 최정, 캡틴 아메리카 김동엽, '도깨비'의 공유를 흉내낸 윤희상, '한무스'가 된 한동엽, 일본 개그맨 피코타로처럼 'PPAP'에 맞춰 춤을 춘 김주한. [사진 SK와이번스]

힐만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니혼햄(2003~2007년)과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2008~2010년) 감독 시절에도 스스럼없이 선수들과 지냈다. 한국에 온 뒤에도 그는 리더로서 선수들을 이끌기보단 격려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방식도 남다르다.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는 건 기본이고 격의없는 대화를 나눈다. 힐만 감독의 통역을 맡고 있는 최홍성 SK 매니저는 "힐만 감독은 가끔 'ROAB'와 'OTTO'란 또다른 자아로 선수들과 대화를 한다. 자기는 감독이 아니라 감독 친구이니 편하게 얘기하자고 선수들에게 다가간다"고 설명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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