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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에 발목 잡힌 총리 인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조각(組閣) 과정에서 불거진 위장전입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청문회 대상 5명 중 3명 논란 #청와대 “양해 부탁” 첫 사과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쳐 죄송” #야당 “대통령 직접 해명하라”

지금까지 발표한 인사청문회 대상 5명 중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제외하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3명이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임 실장은 이날 기자실을 찾아 “저희가 내놓은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국회 인사청문위원들께도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와 관련 있으면 고위 공직자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임 실장은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솔직히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인선을 되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란 뜻이다. 또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 얽힌 사연이 다 다르듯이 관련 사실에 대한 내용 또한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며 “사실의 심각성·의도성·반복성·시점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질과 능력이 사회적 상실감에 비춰 현저히 크다고 판단될 때는 관련 사실의 공개와 함께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실장의 사과는 야당의 요구에 따른 조치였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이낙연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하지만 임 실장의 발표엔 ‘문 대통령이 사과의 뜻을 밝혔다’는 유의 표현이 들어 있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도 “오늘 사과는 대통령의 말씀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정용기 한국당 대변인은 “인사 발표는 대통령이 하고 변명은 비서실장을 앞세워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태도”라며 “문 대통령은 인사 5대 원칙을 스스로 파기한 것인지 분명한 기준을 직접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도 “궤변 수준의 해명을 비서실장을 통해 내놓고 넘어가자는 태도로 사태를 매듭지을 수 없다. 공약 당사자인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국무위원 제청권을 가진 총리와 관련된 이번 사안을 그냥 넘기면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어떤 기준으로 처리할지 불분명해진다”고 했다.

야 3당의 반발로 이날 이 총리 후보자의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29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인준도 불투명하다. 여소야대인 만큼 120석의 민주당만으로는 인준안이 부결될 수도 있다.

이 후보자의 인준이 늦어지면 조각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결국 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느냐가 총리 인준 정국을 풀 열쇠”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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