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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비로 따져보니 … 중형차 연비 1위는 현대 i4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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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자동차 대리점. 차종 제원을 소개하는 팻말에 새롭게 바뀐 에너지소비효율(신연비)과 기존 방식 에너지소비효율(구연비)이 동시에 기재돼 있었다. 이 대리점에 비치된 차량 카탈로그도 신연비·구연비를 동시에 표기했다.

시행 일주일 달라진 차 업계 #구연비, 소비자 체감과 달라 #측정 방식에 탄소 함량 포함 #매장에 신·구연비 함께 표기 #디젤차도 미국 기준으로 수정 #전기차 1위, 르노삼성 트위지

자동차 제조사가 연비를 과장한다는 이른바 ‘뻥 연비’ 논란 이후 정부는 연비 기준을 강화했다. 2년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지난 20일 전면 도입된 신연비는 소비자가 느끼는 실제 연비와 큰 차이가 안 나도록 기준을 정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연비는 자동차가 동일한 연료(1L)를 소모할 때 얼마나 멀리(㎞) 주행할 수 있는지 나타낸 수치다. 신연비는 가솔린 차량의 경우 구연비보다 최대 20%, 디젤 차량은 10% 정도 연비가 낮아진다. 연비 측정 때 고려하는 사항이 더 많아진 까닭이다.

가솔린차의 연비가 과거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정부가 가솔린차 연비 계산 방식을 상당히 뜯어고쳤기 때문이다. 구연비는 가솔린차의 연비를 계산할 때, 자동차가 주행 중 배출하는 배출가스(이산화탄소·일산화탄소·탄화수소)의 농도를 고려했다. 일반적으로 배출가스 농도가 진하면 연비가 감소한다.

신연비는 여기에 탄소의 함량까지 고려했다. 주행 중 차량이 배출하는 3종의 가스에 탄소가 더 많이 섞여 있을수록 연비는 낮아진다고 본 것이다. 또 주행 중 연료가 배출한 가스가 열을 많이 배출하면 연비가 어느 정도 감소한다고 봤다. 기름이 동력으로 전달하지 못하고 발생한 에너지 손실이 열기로 뿜어져 나왔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계산한 결과 국내에서 가장 연비가 좋은 가솔린차는 기아자동차의 모닝 1.0(밴형)이었다. 연료 1L당 16㎞가 나와, 국내에서 신연비를 등록한 모든 가솔린 차량 중 연비가 가장 좋았다. 2014년 9월 시험의 16.2㎞에 비하면 연비가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다.

소형차는 현대차 엑센트 카파 1.4(연비 14.1㎞/L)가 1위였다. 연비 계산 방식이 까다롭게 바뀌었어도 경차·소형차종은 국산차가 연비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반면 중대형 가솔린차는 수입차 연비가 다소 좋았다. 아우디 A4 40 TFSI(13.3㎞/L)와 혼다 어코드 2.4(12.6㎞/L)가 각각 중형차와 대형차 중 1위였다.

디젤차도 신연비는 계산법을 약간 바꿨다. 일부 배출가스(탄화수소)의 농도가 연비에 미치는 영향력을 소폭 줄였다. 한국에너지공단의 문성환 과장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실연비와 최대한 비슷하게 나오도록 미국 기준으로 계산 공식을 다소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바뀐 기준으로 보면 현대·기아차의 디젤차 연비가 가장 좋은 편이다. ‘디젤 게이트’ 이전에는 폴크스바겐 차량 연비가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 신연비를 등록한 333개 디젤차 연비를 비교한 결과, 현대·기아차의 독무대였다. 23일 출시한 기아차 스포츠세단 스팅어 2.2가 대형차 중 최고연비(14.8㎞/L)를 기록했다. 소형차는 기아 K3 1.6(18.4㎞/L), 중형차는 현대 i40 1.7(16.1㎞/L)이 각각 1위다.

신연비는 연비를 시험하는 방식도 다소 바뀌었다. 연비 측정시험에 사용하는 차량의 사전 주행거리를 5500~7500㎞로 규정했다. 신연비 도입 전에는 이런 규정이 느슨했다(3000㎞ 이상). 이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의 특성에 따라 최적의 연비 상태로 차량을 길들여 왔다. 예컨대 운행할수록 연비가 하락하는 차는 시험장에 주행거리 3000㎞인 차량을 가져오고, 반대로 운행할수록 마찰 손실이 감소하는 차는 장거리 주행을 한 차를 가져오는 식이다. 신연비는 이런 식의 ‘연비 길들이기’가 불가능해졌다.

또 신연비는 친환경차 에너지 소비효율도 구체적으로 구분하도록 규정을 세분화했다. 예컨대 구연비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는 L당 주행 가능한 거리만 표시했지만, ‘전기’와 ‘유류’를 별도로 표시하는 식이다. PHEV의 경우 신연비하에서 최고 연비는 현대 쏘나타 2.0 GDI 플러그인하이브리드(17.2㎞/L)가 차지했고, 포드 링컨 MKZ·BMW i8도 연비가 우수했다.

하이브리드카는 아이오닉(22.4km/L)·프리우스(21.9km/L)·그랜저(16.2km/L) 등 최근 하이브리드 판매대수 기준 최상위권 차량이 체급별로 1위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카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차량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연비를 고려한다는 추정이 가능한 결과다.

전기차는 르노삼성차의 1~2인승 소형 전기차 트위지(7.9㎞/㎾h)가 1위였다. 신연비 기준 세단형 모델에서는 현대 아이오닉EV(6.3㎞/㎾h)가 ‘맞수’ 한국GM 볼트 EV(5.5㎞/㎾h)보다 효율이 좋았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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