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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전홍식의 SF 속 진짜 과학 12화. 공각기동대와 사이보그의 미래

중앙일보

입력

12화. 공각기동대와 사이보그의 미래

일러스트=임수연

일러스트=임수연

“어느 날 공장에서 불량품을 회수한다면서 나와서 모두 해체하고 뇌세포 약간만 남게 되면 어쩌지?”
만화 『공각기동대』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1989년에 처음 나왔다가 훗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공각기동대’는 그 멋진 영상으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감독이 ‘공각기동대’를 참고했다는 사실은 매우 잘 알려져 있으며, 그 밖에도 많은 작품이 ‘공각기동대’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하죠.

30여 년 전에 나온 작품이지만 『공각기동대』에는 지금 보아도 놀라운 것이 많습니다. 무엇이든 가능한 네트워크, 인간하고 똑같이 생겨서 빨간 피를 흘리는 로봇, 그리고 투명 수트에 이르기까지, 작품 속에는 지금까지도 구현하지 못한 과학적 상상력이 넘쳐납니다.

그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주인공 쿠사나기 모토코(영화에선 소령)의 몸이 대부분 기계로 되어 있다는 것이죠. 팔과 다리만이 아니라 몸 전체, 심지어 두뇌도 일부를 제외하면 전자 부품으로 돼 있습니다.
모토코처럼 몸의 일부를 기계로 바꾼 사람을 ‘사이보그’라고 합니다. 영화나 만화에 종종 등장하는 사이보그는 굉장히 강한 힘을 가진 초인으로 묘사됩니다. 보통 사람보다 더 빠르게 달리고 높이 뛰어오르죠. 총알을 맞아도 끄떡없습니다.『공각기동대』의 모토코는 더 굉장합니다. 두뇌도 기계다 보니 무전기가 없이도 텔레파시처럼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기계화된 두뇌를 떼어서 옮기는 것만으로 남자가 될 수도 있고 아이가 되기도 합니다. 키나 얼굴만이 아니라 나이도 성별도 상관이 없는 존재이죠.

현실에서 사이보그 기술은 아직 부족합니다. 의수나 의족은 발달했지만, 우리 손발처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합니다. 카메라나 마이크로 눈과 귀를 대신하는 것도 아직은 힘든 일이지요. 하지만 뇌파를 이용해서 기계를 움직이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계 팔과 다리는 더욱 좋아지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며, 손으로 뭔가를 잡을 때 감촉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또 가까운 장래에는 『공각기동대』의 주인공처럼 몸 전체를 기계로 바꾸는 것도 실현될 수 있을 겁니다. 초인이 되고,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하여 살아가는 것도 꿈은 아닙니다.

그런데 사이보그 기술은 과연 이런 것만을 위해서 필요한 걸까요? 단순히 힘이 세지고, 다른 사람으로 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요?
사이보그 기술은 본래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개발한 것입니다. 전쟁이나 사고로 팔 다리를 잃은 사람이나 눈이나 귀, 각종 기관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한 것이지요.

『피터팬』의 후크 선장이 갈고리를 달고 있는 것 역시 단지 악당이라서가 아니라, 한 쪽 팔이 악어에게 먹혀버렸기 때문입니다. 사이보그 기술이 없어서 갈고리를 달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요즘이라면 후크 선장도 갈고리 대신에 기계팔을 달겠지만요. 혹은 악당이기 때문에 기계 팔에 칼이나 총을 넣을지도 모릅니다. 피터팬을 잡기 위해서 길게 늘어나는 팔을 달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불편한 몸을 대신해서 사이보그 기계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 모양에 관계없이 말이지요.

사람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응용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사고로 뒷다리가 잘린 강아지에게 바퀴를 달아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강아지는 무척 기뻐하며 돌아다녔다지만, 진짜 다리라면 더 좋겠지요. 너무 센 다리를 달아서 주인을 멀리 날려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만 말이에요.

육체를 기계로 바꾸는 사이보그 기술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리 대신 바퀴를 달거나, 팔 대신 날개를 달 수 있습니다. 두 다리가 아니라 네 다리를 달아서 켄타우로스(그리스신화의 반인반마. 상체는 인간이고 가슴 아래부터는 말의 모양을 하고 있다)가 되거나, 팔을 네 개 더 달아서 아수라가 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키우던 강아지가 사고를 당해서 걷지 못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사이보그 기술은 충분히 매력적이죠.

사이보그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과 동물이 기계와 결합하는 세상이 오겠죠. 미래에는 점차 기계와 사람을 구분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공각기동대’의 주인공도 자기가 인간인지 기계인지 고민하고 있죠. 하지만 그러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가 인간처럼 생활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건 우리가 누군지를 결정하는 건 바로 마음이니까요.

글=전홍식 SF&판타지 도서관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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