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낙동강 등 수문 안 여는 7개 보 수질 더 나쁘다

중앙일보

입력 2017.05.24 17:17

업데이트 2017.05.24 19:20

낙동강 달성보와 합천창녕보 사이에서 발생한 녹조. [중앙포토]

낙동강 달성보와 합천창녕보 사이에서 발생한 녹조. [중앙포토]

녹조 해소를 위해 정부가 낙동강·금강·영산강의 보 13개 중 6개의 수문을 열기로 한 가운데 나머지 7개 보 역시 녹조가 심각하고 수질이 오히려 더 나쁜 것으로 확인됐다. 고도정수 처리를 해도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된 4급수 수준이다. 정부가 6개 보를 선택한 근거도 명확하지 않아 수질 개선을 위해선 수문 개방을 나머지 보로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환경부 정밀 수질조사 결과 입수
4대강 16개 보, 2년 간 1주일 간격 측정
한강 빼곤 '녹조 라테' 부영양화 심각 확인
바닥은 물고기 못 살 정도로 산소 희박
금강 등 7개 보, 수문 여는 6개 보보다 심각

중앙일보는 환경부가 2015~2016년 6~10월 모두 44개 주에 걸쳐 매주 4대강 16개 보에서 측정한 수질 정보를 단독 입수했다. 각 보에서 수심 0.5m 지점부터 바닥에 이르기까지 1m 간격으로 시료를 채취하는 정밀 조사 방법으로 측정된 정보다. 한 달에 한 번씩 강별로 수심과 강폭을 달리해 최대 6곳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섞어서 측정한 수치를 공개해 녹조의 심각성이 희석되는 일반 조사와는 차원이 다른 방식이다.

본지가 측정값을 분석한 결과 16개 보 전체에서 수질이 4급수에 해당한 횟수는 전체 44회 중 평균 32.8회로 74.6%나 됐다. 수문 개방이 추진되는 6개 보에선 이 비율이 평균 81.4%였다. 낙동강·금강·영산강의 나머지 7개 보에선 평균 83.1%로 수문이 개방되는 보보다 더욱 높았다.

강별로 살펴보면 ▶상주보 등 낙동강 8개 보는 75~84.1% ▶세종보 등 금강 3개 보는 81.8~95.5% ▶송촌보 등 영산강 2개 보는 81.8~84.1%였다. 강천보 등 한강의 3개 보는 29.5~47.7%로 비교적 비율이 낮았다.

한강을 제외한 낙동강 등의 13개 보는 ‘부(富)영양화 호수’의 특징이 뚜렷이 나타난 것이다. 보로 인해 강물 흐름이 정체되고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서 녹조가 여름 내내 발생해 강이 4급수의 오염된 호수로 바뀐 것이다.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르면 상수원수 4급수는 고도정수처리를 하더라도 생활용수로는 사용할 수 없다. 농업용수로 쓰거나 고도정수처리 후에야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수질이다. 호수 수질은 ▶수소이온농도(pH)가 8.5를 초과하거나 ▶용존산소(dissolved oxygen, DO)가 5ppm 미만이거나 ▶엽록소a가 20㎎/㎥를 초과하면 4급수가 된다. 본지는 이 세 항목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를 4급수로 분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일부터 녹조 발생 우려가 높은 4대강 보(洑)를 상시개방할 것을 지시한 22일 낙동강 8개 보 가운데 가장 상류에 위치한 경북 상주보 주변 강물이 초록빛을 띠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일부터 녹조 발생 우려가 높은 4대강 보(洑)를 상시개방할 것을 지시한 22일 낙동강 8개 보 가운데 가장 상류에 위치한 경북 상주보 주변 강물이 초록빛을 띠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녹조와 호수화로 강 생태계 파괴
녹조로 인한 오염이라는 사실은 수심을 달리한 측정값에서 알 수 있다. 환경부는 보마다 표층·중층·하층 3개 수심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수소이온농도(pH), 엽록소a 농도, 용존산소 농도를 각각 측정했다.
녹조가 나타나면 녹조생물의 광합성 작용으로 물 속 이산화탄소가 고달돼 물이 알칼리성으로 바뀐다. pH 수치가 7(중성)을 넘어 높아질수록 녹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엽록소 a의 농도는 광합성을 하는 녹조생물의 지표에 해당한다. 용존산소(DO)는 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로 물고기 등 수중동물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녹조가 대량 발생하면 사체도 많이 나오고 물 속의 세균·곰팡이 등이 녹조 사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소비해 용존산소 농도가 낮아진다.

환경부 측정 결과, 4대강은 pH가 수치가 높아 알칼리성을 보이고, 엽록소a 농도가 높으며 용존산소 농도는 낮았다. 녹조가 특히 심했던 지난해 8월 8일 금강 백제보에선 pH가 11.2까지 올라갔고, 9.5 이상인 경우도 20여 회였다.
강원대 환경학과 김범철 교수는 “민물고기인 종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pH가 9를 넘어가면 물고기에게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해 pH 9.5에선 피부 출혈 등 피해가 생겼다. 높은 pH가 지속되면 생태계 전체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경북 의성군 낙동강 낙단보의 측정결과에서도 녹조 발생 상황이 뚜렷이 확인된다. 당시 표층(수심 0.5m)의 수소이온농도는 알칼리성인 9.5였다. 표층의 엽록소a 농도는 4급수 기준(20㎎/㎥)을 훨씬 넘어 27㎎으로 매우 높게 나왔다. 녹조 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남조류)가 활발하게 광합성을 하면서 물 속 이산화탄소는 흡수하고, 산소는 대량 배출한 탓이다.
용존산소(DO)는 표층에선 16.1ppm이었으나 강바닥(수심 10m)에선 1.9ppm까지 확 떨어졌다. 용존산소가 3ppm 미만이면 물고기가 살 수 없다. 수심이 깊어지면서 용존산소 농도가 낮아진 것은 녹조 생물의 사체가 바닥에 가라앉아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바닥층의 산소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엽록소a 농도가 4급수 기준(20㎎/㎥)의 네 배인 100㎎/㎥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여러 차례 였다. 금강의 3개 보, 영산강 2개 보에선 40회를 넘었다. 죽산보와 세종보에선 200㎎을 넘기기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김경현 물환경평가연구과장은 이 같은 측정수치에 대해 “pH 상승이나, 용존산소 감소, 엽록소a 증가는 녹조의 영향 혹은 호수화에 따른 결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 생물학과 주기재 교수는 “4대강 사업을 통해 하수처리장에 총인 처리시설을 추가하면서 방류수의 인 농도는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녹조를 차단하기에는 높은 상태인 데다 체류시간까지 늘어나 녹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6개 수문만 개방하는 근거 불명확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낙동강의 강정고령보·달성보·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금강의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 등 6개 보만 수문을 개방하기로 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6개 보의 선정 근거가 불명확해 수문 개방의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관동대 토목환경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수질 개선을 위해 보의 수문을 개방할 필요가 있는데 왜 6개 보만 방류하는지,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대 주기재 교수도 “6개 보의 수문만 개방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소중한 수자원을 방류하는 만큼 수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해서 필요한 성과를 거두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4대강 사업을 졸속으로 진행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방류 전후에 수질이나 생태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 정경윤 물환경정책과장은 "보 중에서도 하류에 있는 것이 저수용량이 크고 체류 시간이 길어 녹조가 더 심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개방하게 됐다. 농업용수 공급 여부도 감안했다"며 "진행 과정을 본 뒤 추가로 수문을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용존산소(dissolved oxygen, DO)=물속에 녹아있는 산소의 양. 물고기 등 수중동물의 생존에 필요하다. 수온이 낮을수록 농도는 높고, 물속에 유기물이 많을수록 미생물의 활동 탓에 낮아진다.
☞엽록소 a(chlorophyll a)=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데 필요한 색소의 하나. 식물플랑크톤도 엽록소a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녹조생물을 포함한 식물플랑크톤의 분포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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