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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인터뷰]'꿈의 제인' 구교환 "제인과 100% 닮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매거진M] '꿈의 제인’(5월 31일 개봉, 조현훈 감독)을 한 줄로 요약해본다. 가출 청소년 소현(이민지)과 트랜스젠더 제인(구교환)의 우정? 약자의 연대? 어떤 말이든 무성의하게 들린다. 이 영화를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을까. 그것이 애초에 가능한 일인가. ‘꿈의 제인’은 정곡을 찌르는 영화가 아니다. ‘꿈의 제인’은 보는 이의 마음을 서서히 물들이고, 적시다가 끝내 완전히 장악해버리는 영화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2015) ‘연애다큐’(2015) 등 독립영화 감독이자 배우인 구교환은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한 번도 본적없는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 제인을 꾸밈없는 태도로 그려냈다. 104분의 상영시간 중 그가 나오는 시간은 40여분 뿐이지만 영화 전체에 그의 숨결이 느껴진다. 배우로서 또렷한 인장을 남긴 구교환에게 제인에 대해 물었다.

영화 '꿈의 제인' 구교환 [사진 STUDIO 706 라희찬]

영화 '꿈의 제인' 구교환 [사진 STUDIO 706 라희찬]


“제인은 정말 탐나는 역할이었어요. 역할을 고를 때 그 인물에 호기심이 생기느냐, 계속 질문하며 연기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보거든요. 시나리오를 읽는데 제인의 대사도 좋았지만, 대사가 없을 때의 움직임, 눈빛 등이 매력적이고, 그걸 실현하고 싶었어요. 조현훈 감독의 인물을 대하는 사려 깊은 태도도 좋았고요.”

트랜스젠더 '제인' 역 맡아 #매력적인 캐릭터라 탐 나 #연출상보다 배우상이 기뻐

제인을 만들다(X), 만나다(O) 
“테크니컬하게 연기하지 않았어요. 레퍼런스도 없었고요. 감독님과 제인을 앉혀 두고, 계속 여기서 제인은 어땠을까? 질문했어요. 촬영하면서 찾아간 부분도 있고요.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 목소리 그대로 했어요. (트랜스젠더를 연기한다고) 달라질 이유가 없더라고요. 프리프로덕션부터 촬영까지 6개월이었나. 제인을 ‘만들었다’는 표현은 조심스러워요. 제인을 ‘만났다’고 생각해요.”

첫 등장 

'꿈의 제인'에서 제인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

'꿈의 제인'에서 제인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

“가장 신경 쓴 장면이죠. 현장 스태프들, 나아가 관객에게 제인에 대한 믿음을 줘야 했어요. 당장 내일부터 촬영이 힘들어질수도 있으니까. 첫 등장만을 위해 달렸던 것 같아요. 그 후엔 제인으로 계속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모두 저에게 ‘교환아’라고 부르지 않고 누나, 언니, 엄마로 불러줬어요.”

메이크업 
"제인을 만나러 가는 길? 아니다. 제인이 분장을 안 한 장면도 많거든요. 저는 맨얼굴의 제인을 더 좋아하고, 그게 더 제인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촬영하기 전에 10kg 이상 감량했지만, 그것 역시 부각되는 게 싫어요. 겉모습이 제인을 다 설명하진 못해요.”

영화 '꿈의 제인' 구교환 [사진 STUDIO 706 라희찬]

영화 '꿈의 제인' 구교환 [사진 STUDIO 706 라희찬]

현자
“제인은 누군가를 쉽게 위로하거나, 연민을 느끼지 않아요. 새끼 발가락이 없는 소현이 “안 이상해요?”라고 하는데 “하나도 안이상한데?”라고 하잖아요. 그때 제인의 (무심한) 표정이 정말 좋았어요.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꼰대처럼 말하지 않죠. 자기 삶의 태도나 방식을 중계하듯 얘기하거든요. 냉철한 현자처럼. 저도 제인의 그런 태도에 많이 배웠어요. 제겐 선물같은 역할이었어요.”

동그라미
"제인이 좋아하는 것. 미러볼, 통통볼, 달, 그리고 소현이. 제인은 ‘제인팸’ 친구들에게 커다란 구(球)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조금 열려있는 유연한 구.”

“불행이 안 끊기고 이어지는데, 행복은 아주 가끔 드문드문 있을까 말까. 이런 개같은 인생. 혼자 살아서 뭐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거야.”
 “제인의 불행관에 동의해요. 행복은 15초. 내가 만드는 영화가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하지 않은 건 당연하죠. 하지만 몇 개의 컷들과 연기는 좋을 수 있잖아요. 단 15초라도 관객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면 만족해요.”

100%
”교환과 제인이 얼마나 닮았냐고요? 닮아가는 입장인데, 그래도 100%였으면 좋겠어요. 물론 제인의 엉뚱하고 코믹한 성격은 100% 저 맞는 것 같아요.”

'꿈의 제인'의 한 장면. 구교환이 연기한 제인.

'꿈의 제인'의 한 장면. 구교환이 연기한 제인.

부산국제영화제 배우상
 “연출상은 몇 번 받았는데(2016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경쟁 대상 등 다수) 배우상은 처음이었죠. 연출상 받았을 때보다 더 기뻤어요. 첫 장편 연기였거든요. 지난해에 ‘우리 손자 베스트’(김수현 감독)가 개봉했지만, ‘꿈의 제인’을 먼저 작업했으니까요. 상이란게 ‘잘했어’가 아니라 ‘또 해도 돼’잖아요. 본인은 자신의 재능에 대해 감을 못 잡는데, 아 그래도 내가 연기를 계속해도 되는구나 싶었어요. 물론 연출도 계속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하는 ‘밤의 폭죽’(가제) 등 2편을 준비 중에 있어요.”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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