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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4대강 르포-'상시개방' 앞둔 낙동강 대구 달성보 현재 모습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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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감사를 지시한 뒤 하루가 지난 23일 대구 달성군 논공읍 달성보. 낙동강과 100m 정도 떨어진 주차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멀리서 보기에 강물은 별 이상이 없어 보였다. 이른바 '녹조라떼'라고 할 만한 모습도 찾아보긴 어려웠다. 하지만 달성보에서 굉음을 내며 방류되고 있는 초록빛 강물은 이 강에 녹조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여름 가뭄이 이어질 때 기승을 부리곤 하는 녹조가 일찌감치 낙동강을 채우고 있다는 증거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강물이 만들어낸 거품은 잔잔한 수면에서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하류로 흘러갔다.

23일 오후 대구 달성군 논공읍 달성보에서 초록색 강물이 월류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3일 오후 대구 달성군 논공읍 달성보에서 초록색 강물이 월류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달성보는 문재인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수문(水門)을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한 6개 보 가운데 하나다. 대구 달성군 논공읍과 경북 고령군 개진면을 잇는다. 연장 580m(가동보 162m·고정보 418m)로 회전수문을 갖췄다. 지금까지는 평상시 수문을 세로로 세워 강물을 월류(越流)시켰지만 새 정부 방침에 따라 앞으로는 수문을 아래로 내려 강물을 그대로 흘려보내게 된다.

달성보서 쏟아지는 강물 '초록빛' #강변 근처만 가도 물비린내 악취 #환경단체 "보 철거까지 검토해야" #수변레포츠 사업추진 지자체 울상

문 대통령이 보 수문 상시 개방을 지시한 이유는 보가 수질 오염의 원흉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달성보 주변에는 일찌감치 녹조가 강변을 중심으로 생겨나는 모습이었다. 강물 흐름이 정체되는 곳은 물론 끊임없이 물이 흐르고 있는 어도(魚道) 곳곳에도 녹조가 낀 상황이었다. 달성보 주변에 조성된 달성노을공원을 찾은 한 50대 방문객은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강 가까이 가니 냄새도 나고 쓰레기와 함께 뒤엉킨 녹조가 많아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대구 달성군 논공읍 달성보 옆 어도(魚道) 곳곳에 녹조가 끼어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3일 오후 대구 달성군 논공읍 달성보 옆 어도(魚道) 곳곳에 녹조가 끼어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이곳에서 20㎞가량 상류에 위치해 있는 강정고령보는 달성보에 비해 상황이 다소 나은 편이다. 하지만 강정고령보 주변에서도 수면 아래로 녹조가 조금씩 생겨나는 모습이 관찰됐다. 달성보와 강정고령보 중간에 자리한 사문진교 일대도 벌써부터 녹조가 일어날 조짐을 보여 환경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사문진교 일대는 지난해 9월 지역 환경단체가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를 발견한 곳이다.
 당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시궁창 물과 다름 없는 4급수 물은 수돗물로도 사용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사문진교 인근 화원유원지를 찾은 김상두(56)씨는 "보가 설치되기 전부터 화원유원지를 자주 찾았다. 옛날에도 날이 가물고 더워지면 녹조가 생기긴 했지만 보가 설치된 이후엔 매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는 논평을 통해 "4대강 보 수문 개방은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한 결정이다. 여름철 녹조 창궐을 앞둔 지금 수문개방으로 일부 수질개선이 가능할 것이며 4대강 복원과 물 관리의 혁신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도 "4대강 일부 보의 상시 개방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나아가 보 철거 문제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달성보 인근 낙동강변에 녹조가 발생한 모습. 대구=김정석기자

23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달성보 인근 낙동강변에 녹조가 발생한 모습. 대구=김정석기자

반면 보 설치 이후 수량이 늘어나면서 가뭄에도 끄떡없어졌다는 호의적 평가도 있다. 달성보 인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윤환(67)씨는 "예전에는 가뭄이 들면 강 수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는데 보를 설치하고부터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수문을 열어 녹조를 없애는 것도 좋지만 수량이 너무 많이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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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밖에도 방류랑이 늘어나 유속이 빨라지면 땅이 패이는 세굴(洗掘) 현상이 일어나 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고, 어도가 제 기능을 못해 물고기가 폐사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문 상시 개방으로 강변 관광지와 수변레포츠 시설을 운영 중인 지자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달성군이 사문진교 인근에서 운영 중인 사문진주막촌이나 구지면 오설리 낙동강변에 61억8000여만원을 들여 지으려고 하는 수상레저시설이 당장 존폐 위기에 몰렸다. 강정고령보 인근에 위치한 문화관 '디아크'도 문을 닫을 위기다. 디아크는 197억원을 들인 건축물로 2015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방문한 곳이다.
경북 구미시가 지난 11일 구미대교 인근에 개장한 낙동강 수상레포츠체험시설도 문을 열자마자 닫을 위기다. 이 사업에는 52억원이 투입됐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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