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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도서 함께 지키는 해군ㆍ해병 부부…“아내가 남편 근무지인 백령도 자원한 드문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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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지키는 남편 서성욱 소령(오른쪽)과 아내 김부경 소령. [사진 해병대]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지키는 남편 서성욱 소령(오른쪽)과 아내 김부경 소령. [사진 해병대]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위치한 해병대 제6여단에는 해병 소령과 해병대 소령 부부가 함께 최전방을 지키고 있다. 해사 57기 동기생인 남편 서성욱(38) 해병소령과 아내 김부경(37) 해군소령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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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소령과 김 소령은 결혼 11년차 부부다. 보통 결혼한 부부 군인들은 한 부대에서 같이 근무하기가 쉽지 않다. 군 관계자는 "보통 신혼부부들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떨어져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두 소령 부부가 함께 근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내인 김 소령이 남편의 근무지인 백령도에서 함께 근무하기를 자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침 남편 서 소령이 근무중인 해병대 제6여단에 해군 소령 계급에 맞는 보직이 있어서 김 소령의 바램이 이뤄졌다.

결혼 11년차 부부지만 이들이 한 집에서 생활한 기간은 약 2년 남짓이다. 지난 2009년 김 소령이 첫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던 때 남편이 근무하던 포항에서 세 식구가 함께 생활했다.

이후 부부의 근무지가 엇갈리면서 세 식구가 떨어져 주말부부, 월말부부로 지내다가 둘째 아이가 여섯 살이 된 올해 백령도에서 네 식구가 함께 생활하게 됐다. 김 소령은 두 아이의 유년시절 기억에 가족이 모두 함께 살았던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에 남편이 근무중인 백령도 지역 근무를 지원했다.

김 소령은 해사 최초의 여생도였다. 현재 해병대 제6여단 소속 해군 연락장교로 근무하면서 백령도서군 해상에서 발생하는 작전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남편 서 소령은 해병대 6여단 공병중대장으로 서북도서 방호를 위한 철조망 등 장애물 설치와 시설공사 등을 총괄하고 있다.

해군사관학교 응원단 생활을 함께 하며 친분을 쌓은 두 사람은 4학년이 되던 해 남편 서 소령의 고백으로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 해병대와 해군으로 각각 임관한 두 사람은 4년간의 연애를 이어가다 2006년 대위로 진급하던 해 부부가 됐다.

특히 이들은 각자가 속한 해군과 해병대 조직에 대한 애정이 유별나 가끔씩 해군과 해병대 입장에서 언쟁을 하다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부부의날인 21일 남편 서 소령은 본지 통화에서 “적 해안포가 바로 눈앞에서 포문을 열고 있는 최전방 백령도에 내 가족이 있다”며 “내가 지켜야 할 것이 너무나도 명확하다. 국민과 가족”이라고 말했다. 김 소령은 “백령도 지역은 해군과 해병대 부부가 함께 지키는 바다”라며 “대한민국 그 어떤 바다보다 든든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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