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렬 조사하는데 … 연수원 동기가 검찰·법무부 감찰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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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8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안 국장은 이날 사의 표명을 했지만, 청와대는 수리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8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안 국장은 이날 사의 표명을 했지만, 청와대는 수리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돈봉투 만찬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18일 검사 7명(간부 포함) 등 총 22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찰반을 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한 지 하루 만의 조치다. 법무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감찰 계획에 따르면 합동감찰반은 법무부 감찰관을 총괄팀장으로 하되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본부가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

22명 합동감찰반 구성, 공정성 논란 #검찰·법무부 각각 자기 간부 조사 #제 식구 감싸기 오해 부를 소지 커 #특수활동비 내역 조사 필요하지만 #민정수석실 보고엔 “사용체계 점검” #법조계 “특임검사로 독립 수사를”

검찰 관계자는 “만찬 제안 배경부터 만찬 당시 상황, 이후 모임 여부 등을 살필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는 ①검찰과 법무부 중 어느 쪽의 요구에 따라 만찬이 마련됐는지 ②그 자리에선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③돈은 어디에서 나왔고 왜 건네졌는지 ④만찬 후 다른 장소(주점 등)로 이동했는지 등을 조사하겠다는 의미다. 감찰은 사건 장소(서초동 한정식집) 주변 폐쇄회로TV(CCTV) 영상 확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검찰국장 등 당시 만찬 참석자 10명에 대한 대면조사 등으로 진행된다.

법무부·검찰은 “대규모 합동감찰반”이라며 파격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법무부 감찰관실이 법무부 간부를 조사하고, 대검 감찰본부가 검찰 측을 조사하는 형식을 두고 ‘제 식구 감싸기’ 시도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합동감찰반의 총괄팀장인 장인종 법무부 감찰관과 대검 감찰팀 팀장인 정병하 대검 감찰본부장은 모두 이영렬 지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18기)여서 공정성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안 그래도 검찰 조직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데 연수원 동기 관계는 오해를 살 수 있다. 감찰에 대한 신뢰 확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안일한 상황 인식 및 대응은 사건 초기부터 문제가 됐다. 지난 15일 ‘돈봉투 만찬’ 보도가 나오자 검찰은 “이 지검장이 법무부 국·실별로 돌아가며 만나는 자리였고 검찰국은 그중 하나였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도 “수사비 지원 차원에서 주는 돈이고 종종 있었던 일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해명은 오히려 검찰과 법무부의 부적절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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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선 감찰 대상인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도 “징계 수위를 낮춰 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법무부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감찰 사항으로 ‘법무·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 체계 점검’이라고 보고한 문구도 논란을 불렀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자신들의 행태를 느슨하게 바라보다가 외부에서 문제를 지적하자 마지못해 따라가는 듯한 태도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감찰을 지시했는데도 법무부와 검찰은 감찰을 형식적으로 이행하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특수활동비 문제는 그 내역을 전면 조사해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특임검사를 통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진녕 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감찰 대상자가 서울중앙지검장이고 검찰국장이다. 제대로 된 의혹 해소를 위해선 수사 독립성이 보장된 특임검사를 임명해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현일훈·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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