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왜 사드 공론화 시키고 신중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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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지난 16일 정의용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이 청와대에서 매슈 포팅어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만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국회 동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게 출발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철회하는 수순을 밟으려는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 재검토) 얘기가 나올 단계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사드 배치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이 지지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니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전임 박근혜정부가 사드배치 당시 '3No'(미국의 통보도 없었고, 미국과 협의도 안했으며, 도입 결정도 안했다)라는 입장을 유지하다 공론화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격 도입을 결정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그는 “지금은 (사드배치 철회)결론이 아니라 과정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합의 당사자인 상대국(미국)을 이해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동의’가 ‘국회 비준’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에서 국회 비준ㆍ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회 논의를 통해 공론화를 하되 현재로선 '비준'이란 단어는 꺼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ㆍ미 정상회담을 먼저 한 뒤 한ㆍ중 정상회담을 한다. 사드 문제는 한국 뿐 아니라 미ㆍ중 양국의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있는 만큼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기류를 정확히 파악하기 전에 청와대가 빠르게 움직일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그런만큼 일단 절차적 흠결 보완을 앞세워 사드배치에 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양국 정상을 만나기전 시간을 벌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한 청와대 참모는 전했다. 실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미국은 동전의 양면 상황”이라며“사드에 대해 우리가 먼저 입장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하던 국방부도 신중모드에 들어갔다. 문상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회 비준과 관련, "지금 한·미 뿐만 아니라 주변국에 (대통령)특사가 파견돼 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청와대 내에선 사드 문제의 공론화를 ‘전략적 지렛대’로 삼아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 정부의 면을 세워주면서도, 미국 측에는 ‘사드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고 언급하는 게 한ㆍ미 양국에 모두 부정적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도록 접근해야한다는 것이다.

 여당의 사드배치 철회 기류도 다소 수그러졌다. 전날 “(사드 장비를 미국으로) 돌려보내는 문제까지 포함해 살펴봐야 한다”고 발언했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원론적 이야기”라고 수위를 낮췄다. 그러면서 “절차와 법률에 대한 것을 잘 검토해서 판단해 갈 것”이라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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