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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이제 시작일 뿐" FBI 국장 해임 역풍 맞은 트럼프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백악관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백악관 홈페이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해임 파문 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코미의 해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리라던 워싱턴 정가의 예측이 일주일만에 가시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카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중단하도록 요구했다는 코미의 메모를 측근의 증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NYT, "트럼프가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 중단 요청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에겐 더 많은 비망록이 있다"

NYT에 따르면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당신이 이쯤에서 그만두길 바란다"며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shut down)고 압박을 가했다는 메모를 남겼다. 지난 2월 플린 전 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사임한 바로 다음 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이후 단 둘만 남겨진 상태에서 벌어진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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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샤페츠 공화당 하원정책위원장이 메모가 있다면 위원회에 제출하도록 요구하겠다고 트위터에 밝히고,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메모를 확인하고 싶다고 밝히는 등 여당 공화당 의원들까지 정치 공세에 합류했다.

NYT는 코미가 이것 외에도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방어용으로 철해놨다(protective paper trail)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FBI의 수사에 개입하려한 데 대한 추가적인 폭로가 나올 수 있음을 예고한 셈이다.

코미가 FBI국장직에서 잘린 덕분에 오히려 트럼프에 대한 비망록을 누설할 자유를 얻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직 법무부 대변인인 매튜 밀러는 앞서 지난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법무부에서 일하며 코미에 대해 배운 것은 그는 무언가 부당한 상황에 처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방어용 서류 뭉치를 남겨둔다는 점"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이 트윗은 1만2700번 이상 리트윗됐다.

코미의 메모를 보도한 NYT의 기사 중 트럼프가 코미에게 기자들을 감옥에 집어넣어야한다고 말했던 부분도 별도로 조명되고 있다. NYT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언론 매체에 정보를 흘린 걸 비난하면서 코미 국장에게 "기밀을 기사화한 기자들을 감옥에 집어넣을 생각을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경제 디지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간첩법(Espionage Act)으로 언론인을 처벌할 수 있느냐는 논쟁이 일부 있긴 했다. 하지만 간첩법으로 기소된 11명(대다수는 오바마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중 기자는 없었다. NYT의 국방 기밀문서 보도를 정부가 막을 수 없다는 1971년 대법원의 판례도 있다.

※참고로 언론인을 감옥에 가둔 나라는 터키(81명)·중국(38명)·이집트(25명)·에리트리아(17명)·에티오피아(16명)·베트남(8명)·이란(8명)·바레인(7명)·시리아(7명) 순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미국의 기밀을 흘림으로써 이 같은 비난은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했을 때 이슬람국가(IS) 관련 정보를 자랑하듯 누설했다는 게 워싱턴포스트(WP)의 특종 보도로 드러나 언론의 포화를 맞고 있다. 코미를 해임한 바로 다음날 벌어진 상황이다. NYT는 트럼프가 누설한 정보는 이스라엘이 공유해준 것이라고 16일(현지시간) 추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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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뉴스는 트럼프의 기밀 누설이 IS 점령지에서 일하는 이스라엘 첩보원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 첩보원은 공항 검사 장비에서 탐지할 수 없는 폭탄을 노트북에 숨겨놓은 채 미국행 여객기에 탑승한다는 IS의 전략 관련 정보를 미국에 제공했다. 미국의 유럽에서 미국으로 가는 모든 항공편에서 랩탑 사용을 금지할만큼 신뢰할 만한 정보이고, 향후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정보 공유에 문제를 일으키게 됐다고 ABC 뉴스는 보도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버즈피드 뉴스 인터뷰에서 "최악의 두려움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 어느 나라와도 이같은 정보 공유 협약을 맺지 않고 있다. 우리의 국가간 안보 협력에 대한 특별한 이해가 없이 정보가 다른 이들과 공유된다는 건 우리로서는 최악의 두려움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간 사전 조율 없이 타국과 정보를 공유한 건 "매우 드물고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면서 "이스라엘의 가장 민감한 정보는 트럼프의 백악관과 공유를 중단해야 한다는 압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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