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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뒤 “정규직 전환 해달라” 비정규직 요구 빗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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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5일 전국대학노동조합 소속 서울대 비학생 조교(교무·학사 등에 투입된 계약직 조교) 130여 명은 무기계약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들은 청와대 인근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고용센터 상담노동자의 정규직화와 휴일도 없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우정사업본부 상시위탁집배원의 정규직 전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체계적 정책 청사진 필요

나비효과다.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이후 곳곳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332개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 인력은 3만6000여 명, 간접고용 인력은 8만200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비정규직 제로’라는 선언 빼고는 구체적 계획이나 방안 등이 정해진 게 없어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공공기관 중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한국마사회는 당장 발권 업무를 담당하는 파트타임 근로자 처우 문제를 놓고 고민이 깊다. 마사회 관계자는 “정책 방향엔 공감하지만 경마장이 주말에만 개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어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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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에서는 정규직이 아닌 근로자들은 모두 정규직 신분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한 명당 평균 인건비는 6800만원으로 1인당 국민소득(3100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연봉을 기존보다 연 1000만원 인상하면 매년 약 1조2000억원의 인건비가 더 들어간다.

이 비용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료 인상이나 국민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무조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압박하면 기업은 아예 고용을 줄이게 된다. 질서 있고 체계적인 정규직행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관별 업무 특성과 환경을 정확히 반영해 꼼꼼하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양보도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12일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노동자들도 한꺼번에 다 받아 내려고 하진 마시라”고 말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정규직도 임금 등 여러 면에서 고통을 분담해야 하고 공공부문의 개혁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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