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너무 그리웠어요" KIA 스카우트로 변신한 브렛 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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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김원 기자

광주=김원 기자

"한국이 너무 그리웠어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프로야구 KIA 타이거스에서 활약한 외국인 선수 브렛 필(33·미국).

그가 광주로 돌아왔다. 필은 16일 LG전에 앞서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를 찾아 옛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KIA 구단은 이날 필을 외국인 선수 전담 스카우트로 채용했다. 그는 미국에 머물면서 KIA의 외국인 선수와 관련한 스카우트 정보를 모으는 업무를 담당한다.

광주에서 첫째 딸 킨리의 돌잔치를 연 필. [일간스포츠]

광주에서 첫째 딸 킨리의 돌잔치를 연 필. [일간스포츠]

"사실 스카우트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은퇴를 하게 된다면 KIA와 연관된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기회가 생긴 거죠."

필은 지난 시즌 후 KIA와 재계약에 실패했다. 필은 지난 3년간 KIA의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연 평균 홈런 20.3개(61개), 84.3타점(253개), 타율 0.316을 기록했다. 하지만 KIA는 '거포' 최형우를 영입하면서 필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대신 발빠른 외야수 버나디나를 선택했다.

필은 미국으로 돌아간 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마이너계약을 맺었다. 초청선수 신분으로 시범경기에 나섰지만 타율 0.152에 1홈런·2타점에 그쳤다.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한 필은 지난 2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필과 그의 둘째 딸 랠린. [일간스포츠]

필과 그의 둘째 딸 랠린. [일간스포츠]

"사실 고된 마이너리그 생활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게 엄두가 안났어요. 야구에 대한 동기부여를 쉽게 찾지 못한 거죠. 한국에서 많은 팬들의 응원 속에서 야구를 했던 게 너무 그립기도 했습니다. 매일같이 선수들과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보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힘들었어요."

그의 한국 사랑, KIA 사랑은 못 말릴 정도다. 필은 KIA에서 뛸 당시 두 딸을 얻었다. 한국 생활 첫해인 2014년 첫 딸 킨리를 출산했다. 통상 외국인 선수들은 본국에서 출산을 한다. 하지만 필은 아내를 설득해 광주에서 첫 아이를 낳았다. 지난해 태어난 둘째 딸 랠린도 광주에서 태어났다. 필은 첫째 킨리의 돌잔치 때 선수단과 구단관계자 50여명을 초청해 한국식으로 치르기도 했다.

"쏘맥(소주+맥주)과 부대찌개가 너무 그리웠다"는 그는 심지어 광주와 KIA를 향한 '향수병' 증세까지 보였다. 최근 온라인 구매사이트를 통해 한국 라면 3박스(60개)를 주문하기도 했단다. 1주일 동안 광주에 머물면서 3년간 살았던 아파트를 찾아 이웃사촌들과도 인사를 나눌 계획이다.

"미국에서 있을 때도 KIA 경기를 다 챙겨봤어요. 1등이 잖아요. 선수들이 너무 잘하고 있어 저도 기분 좋습니다."

그런 그에게 다시 선수로 뛰고 싶은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다시 뛸 수만 있다면..." 그의 말에서 진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광주=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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