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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보석' 산호섬에 플라스틱 쓰레기 3800만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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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된 천혜의 산호섬 헨더슨 섬. 동쪽 해변의 모습이다. [사진  J. Lavers 2015]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된 천혜의 산호섬 헨더슨 섬. 동쪽 해변의 모습이다. [사진 J. Lavers 2015]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헨더슨 섬의 과거 모습. 2008년에 촬영한 것이다. 천혜의 해변은 10년 사이에 쓰레기가 점령했다. [사진 Ron Van Oers ⓒ UNESCO]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헨더슨 섬의 과거 모습. 2008년에 촬영한 것이다. 천혜의 해변은 10년 사이에 쓰레기가 점령했다. [사진 Ron Van Oers ⓒ UNESCO]

 전 세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무인도에 여행을 간다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건 플라스틱 쓰레기더미일 가능성이 높다. 두 명의 해양학자가 남태평양의 작은 무인도 헨더슨 섬에서 무려 3800만 개에 육박하는 쓰레기를 확인했다고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쓰레기의 99.8%가 플라스틱이었다. 무게로 치면 17.6t에 달한다.

1988년 유네스코 자연유산 지정된 헨더슨 섬 #해양 쓰레기 1.7만톤, 3800만점에 몸살

 호주 타즈마니아대학 해양·남극연구소의 제니퍼 래버스와 영국 조류보호협회 보존과학센터 알렉산더 본드가 수행한 이같은 연구 결과는 지난달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플라스틱 파편의 약 68%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자잘했다. 가로 세로 1m, 높이 10cm에 약 4500 조각이 들어갈 정도였다. 섬에는 매일 1만3000개의 새로운 쓰레기가 밀려왔다. 제니퍼 래버스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어느 해변에서나 인간이 남겨놓은 쓰레기더미를 볼 수 있지만, 헨더슨 섬처럼 아주 외딴 곳으로 가면 정도가 좀 덜하리라 생각했다"면서 "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고 말했다.

헨더슨 섬에서 그는 병뚜껑이나 화장품 용기를 짊어지고 사는 소라게 수백마리를 발견했다. 심지어 인형 머리 속에 사는 녀석도 있었다. 래버스는 "그로테스크한 풍경"이라고 회상했다.

소라 대신 플라스틱 병을 짊어지고 사는 헨더슨 섬의 게. [사진J. Lavers 2015]

소라 대신 플라스틱 병을 짊어지고 사는 헨더슨 섬의 게. [사진J. Lavers 2015]

"이 플라스틱은 낡았고, 부서지기 쉽고, 날카롭고, 독성이 있습니다. 우리의 쓰레기를 집삼아 사는 화려한 게를 보는 건 정말 비극이었어요."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헨더스 섬의 게. 2008년 촬영된 이 사진에서는 플라스틱 병 대신 열매를 집으로 삼고 있다. [사진 Ron Van Oers ⓒ UNESCO]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헨더스 섬의 게. 2008년 촬영된 이 사진에서는 플라스틱 병 대신 열매를 집으로 삼고 있다. [사진 Ron Van Oers ⓒ UNESCO]

 1988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된 헨더슨 섬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알려져있다. 유네스코 홈페이지에서는 면적은 약 37㎢에 불과하지만 산호초 갯벌 생태계가 보존된 세계에서 가장 좋은 사례 중 하나로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보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상 어디에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으며, 헨더슨 섬은 "세상에서 가장 동떨어진, 가장 오염된 섬"이라는 것이 두 학자가 내린 결론이다. 나아가 헨더슨 섬에 쌓여 있는 17.6t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한해 지구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 총 생산량에 비하면 단지 1.98초 분량에 불과하다고 두 해양학자는 논문에 썼다.

3월 초 세계 정상회담에서 인도네시아는 8년 내 해양쓰레기를 7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간 10억 달러(약 1조 1182억원)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두 학자는 플라스틱 더미에서 독일제 병, 캐나다산 그릇 등 다국적 물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임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래버스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은 제 2의 기후 변화"라면서 "지금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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