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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탈법원' 물살 탈까…변협, 대법관 후보에 '재야' 출신 등 4명 추천

중앙일보

입력

대한변호사협회가 공석인 이상훈(61) 전 대법관 후임으로 재야 출신 변호사 4명을 추천했다.

변협은 12일 대법원이 이 전 대법관과 다음달 1일 퇴임하는 박병대 대법관 후임자 천거 접수를 시작함에 따라 조재연(61‧사법연수원 12기), 강재현(58‧16기), 김선수(56‧17기), 한이봉(53‧18기) 변호사를 추천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인 조 변호사를 제외한 3명은 모두 판‧검사 경력이 없는 재야 출신이다. 변협 관계자는 “모두 법조계 안팎에서 신망을 받는 분들”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비판 받아왔던 법원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대법원의 다양성을 확보할 적임자들”이라고 강조했다.

변협은 지난 8일 성명서를 내 “종전의 폐쇄적, 획일적인 대법원 구성을 변경해야 대법원이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최고법원으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다”며 순수 재야 변호사를 대법관에 임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변협에 따르면 역대 대법관의 85%가 남성, 서울대, 판사 출신이다.

2016년 8월 26일 권선택 대전시장의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법대에 앉아있는 대법관들. [중앙포토]

2016년 8월 26일 권선택 대전시장의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법대에 앉아있는 대법관들. [중앙포토]

대법원은 이날부터 이 전 대법관과 박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 천거 접수를 시작했다. 오는 22일까지 접수된 천거 대상자들의 동의를 얻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검증 대상으로 올릴 계획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가 제청 대상자를 가리면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 임명 동의,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친다.

대법관후보자추천위는 당연직 위원 6명과 비당연직 위원 4명으로 구성된다. 선임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 법무부 장관, 대한변호사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법학전문대학협의회 이사장이 당연직 위원이다. 비당연직에는 법관 1명과 각계 전문가 3명이 참여한다.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대법관 인선이란 점에서 향후 대법관 구성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관 14명 중 13명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교체되기 때문이다. 올해에만 4명의 대법관이 교체된다. 헌법재판관까지 포함하면 앞으로 5년 안에 21명의 최고 법관들이 바뀐다.

그동안 대법원의 문턱은 판‧검사 경력이 없는 재야 출신 변호사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후보추천위에 올라도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법관으로 임명된 적은 없었다. ‘서울대를 나온 판사 출신’들이 자리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현직 대법관 13명도 모두 판사 출신이고 그 중 11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이 때문에 ‘대법관은 법원의 승진 코스’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非) 법관 출신 대법관의 등장에 대한 법조계의 기대감이 높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헌법재판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법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으로 촉발된 사법부 개혁 여론도 잦아들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대법관 임명권 행사란 상징성도 크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법원의 다양성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대법관후보추천위가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한 중견 변호사는 "결국 추천위는 제청권자인 양승태 대법원장의 의중을 살피게 돼 있다. 양 대법원장이 대선에서 드러난 국민적 기대를 대법관 인선에 반영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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