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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덕의 ‘사의 찬미’ 오리지널 버전, 경주서 만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시모노세키(下關)를 떠나 부산으로 향한 관부연락선이 쓰시마(對馬島) 옆을 지날 즈음에 양장을 한 여자 한 명과 중년 신사 한 명이 서로 껴안고 갑판으로 돌연히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을 하였는데 남자는 전남 목포시 북교동 김우진이요, 여자는 윤심덕(사진)이었다. <동아일보 1926년 8월 5일자>

국내 최초 여성 성악가 유성기 음반 #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 기획전시

1926년 8월 4일 새벽 벌어진 동갑내기(1897년생) 연인의 자살 소식은 조선과 일본을 발칵 뒤집어놨다. 윤심덕은 한국 최초의 여성 성악가로 20년대 신여성의 대표인물이다. 김우진은 신극운동을 하던 전라도 거부의 아들이었다. 윤심덕은 미혼이었고 김우진은 유부남이었다. 당대의 ‘엄친아’가 조선 최고의 소프라노였던 당대의 스타와 함께 바다에 뛰어든 사건은 세간의 화제였다. 더구나 윤심덕이 실종된 직후 그녀가 마지막으로 취입한 노래가 유성기에 실려 곳곳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경주시 한국대중음악박물관에서 ‘윤심덕 사의 찬미 특별기획전’이 국내 최초로 열렸다. [김정석 기자]

경주시 한국대중음악박물관에서 ‘윤심덕 사의 찬미 특별기획전’이 국내 최초로 열렸다. [김정석 기자]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苦海)에/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헝가리의 민족 작곡가 이오시프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Donauwellen Walzer)’에 가사를 붙인 노래 ‘사(死)의 찬미’는 당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이 노래가 담긴 유성기 음반이 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 개관 2주년 기념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기획전시에선 사의 찬미 오리지널 유성기 음반이 국내 최초로 전시됐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이 2015년 10월 일본 경매 사이트에서 1억원 가까운 경매가를 내고 낙찰 받았다고 한다. 전시는 올 연말까지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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