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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벤츠 4대 중 1대는 8년 뒤엔 전기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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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디터 체체 메르세데스 - 벤츠 회장 인터뷰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준비한 국가다. 2011년부터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스마트공장·자율주행차·인공지능(AI) 개발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 만난 제조업 #스마트공장이 경쟁력 키워 #단순 반복 공정은 로봇으로 #맞춤형 작업은 숙련공 필요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로 유명한 자동차·부품회사 다임러AG도 마찬가지다. 벤츠의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세계적이다. 벤츠 S클래스엔 양산차 중 세계 최초로 커브길·언덕길·회전 구간 등 도로 상황을 차량이 스스로 인지하는 기술이 탑재됐다. 또 독일 진델핑겐 기술센터에선 가상현실(VR) 기술이 신차 출고 시 문제점을 테스트하고, 브레멘 조립라인에선 AI 로봇이 공정을 대신한다.

이런 벤츠의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취재하기 위해 디터 체체(64) 다임러AG 이사회 의장 겸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그룹 총괄회장을 최근 서면 인터뷰했다.

체체 회장은 미래 자동차의 패러다임으로 전기차를 꼽았다. 그는 “올해 출시할 S클래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에 전기주행 모드를 접목하고 2022년까지 10가지 종류의 순수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장기적으로 모든 벤츠 차량을 전기로 구동하는 비전을 점진적으로 추진 중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체체 회장은 “전기차 부문에 100억 유로(약 12조5000억원)를 투자해 2025년엔 순수 전기차가 전체 벤츠 생산량의 25%에 이르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벤츠가 자율주행차·전기차에 신속하게 투자할 수 있었던 건 4차 산업혁명에 일찌감치 대비한 덕분이다. 체체 회장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스마트공장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스마트공장에선 AI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생산 시점을 계산하고, 로봇이 제작 공정을 대신하며, 공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물인터넷(IoT)·센서가 감지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F015 콘셉트카.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F015 콘셉트카.

문제는 이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진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벤츠는 달랐다. 체체 회장이 취임했던 2006년 545억 유로였던 매출은 지난해 893억 유로로, 같은 기간 임직원은 9만9000명에서 4만 명이 더 늘었다. 매출 증대로 직원이 늘어난 것이지만 2011년 이후 전 공장의 스마트화가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스마트화가 곧바로 일자리 감소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로봇이 인간을 100% 대체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막상 스마트공장을 가동해 보니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오롯이 대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물론 단순 반복 공정은 로봇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똑같은 제품을 무작정 많이 찍어내는 건 전통 제조공장에 자동화 설비를 추가하는 것으로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나만의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색다른 개성을 가진 신모델을 더 빠르고 더 짧은 주기로 생산해야 한다. 체체 회장은 “메르세데스-벤츠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세 가지 승용차 모델만으로 모든 고객의 요구에 부응했다. 하지만 요즘엔 30개가 넘는 승용차 모델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응책으로 벤츠는 ‘일회성 생산(one-off production) 전략’을 꺼냈다. 서로 다른 고객의 요구를 일일이 반영해 차량을 생산하는 전략이다.

체체 회장은 “진델핑겐 공장에서 조립하는 벤츠 S클래스는 완전히 똑같은 차 2대가 생산되는 일이 극히 드물다. 고급 모델일수록 세밀한 공정이 추가되고 취향에 따라 수백 가지 맞춤형 옵션을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작업엔 로봇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특정 옵션을 기본 장착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조정하면 프로그래밍과 설비 재배치에만 수주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잘 교육받은 숙련된 노동자는 같은 일을 1~2일 만에 처리한다고 한다.

그는 “사람과 기계의 협업이 진정한 스마트공장을 완성한다. 이에 따라 우리의 스마트공장에선 인간과 로봇이 협업으로 공정을 관리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 자동화 공정에서 로봇은 울타리 너머에서 작업하고 인간은 안전펜스 밖에서 로봇을 조작하는 것과 차별화된 점이다.

자율주행차·전기차 등 달라지는 자동차 패러다임에서 벤츠의 경쟁력도 자신했다. 그는 “다양한 신기술이 튀어나오는 궁극적인 이유는 차량 안전과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서인데 벤츠는 지난 130년 동안 이 궁극적인 목표를 잘 수행해 왔다”며 “이것이 일시적·부분적 기술을 가진 기업과 벤츠를 차별화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디터 체체

터키에서 태어난 독일인이다. 1976년 다임러-벤츠 연구부서에 입사해 메르세데스-벤츠·다임러트럭 등을 생산하는 독일의 자동차·부품 기업인 다임러AG의 이사회 의장,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그룹 총괄회장을 겸하고 있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총괄회장 임기는 2019년 12월까지다. 독일 카를스루에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파더보른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어·프랑스어·라틴어·포르투갈어·스페인어에 능통하다. 다임러그룹과 합병한 크라이슬러그룹(2007년 매각)의 회장을 2000~2005년 역임하며 양사의 통합을 이끌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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