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훔치지마” 훈계보다 온정 택한 경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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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자전거다. 경찰아저씨 감사합니다. 앞으로 나쁜 짓 절대 하지 않을께요.”

가정형편 어려운 다문화가자어 초등생에게 자전거 선물 #선물받은 김군 경찰관에게 “나쁜 짓 하지 않겠다” 다짐

초등학교 5학년인 김모(10)군은 울산 남부경찰서 삼산지구대 소속 이상현 경위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이 경위는 삼산지구대 2팀 소속 경찰관 15명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20만원으로 자전거를 사서 김군에게 4일 오후 전달했다.

이 경위가 김군을 만난 건 지난 3일 오후 10시쯤 울산 남구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자전거를 훔친 혐의로 김군이 잡히면서다. 다문화 가정 출신인 김군은 경찰 조사 때 울먹이며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부러워서 엄마, 아빠에게 사달라고 졸랐지만 사주지 않았다”며 “다른 사람의 자전거를 보는 순간 타고 싶어서 훔쳤다”고 말했다. 김군의 어머니는 이주여성으로 최근 한국 남성과 재혼했다. 김군의 아버지가 막노동을 하며 번 돈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갈만큼 가정형편은 넉넉하지 않았다.

김군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이 경위는 팀원들과 함께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김군에게 자전거를 사주기로 했다. 이 경위는 “내일이 어린이날이기도 하고 어른들이 온정을 베풀면 김군이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대신 다시는 똑같은 범행을 하지 않도록 교육을 잘해달라고 김 군 어머니께 20분동안 얘기했다”고 말했다. 울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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